[별빛 찬란한 여름밤 20선]<5>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별자리

  • 입력 2007년 8월 20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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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별자리에 얽힌 신화들은 불륜과 투쟁으로 가득 차 있지만, 월궁항아 선녀가 샛별 소년과 밤배 타고 은하수를 노니는 우리네 별자리 전설은 따뜻하게 우리네 가슴을 감싸 안는다.”―본문 중에서》

아름다운 별, 보석같은 우리 이야기

‘밤하늘에서 가장 으스스한 별자리를 꼽으라면, 맨 먼저 귀수와 적시기, 그 다음으로 무덤 별자리인 대릉과 그 안에 쌓여 있는 시체들인 적시성을 꼽는다. 귀수는 말 그대로 귀신 별자리로, 서양 별자리로는 황도 12궁 가운데 하나인 게자리이며, 동양에서는 거해궁이라고 부른다. 여귀(輿鬼)라고도 하는데, 귀신이 탄 가마라는 뜻이므로 상여를 가리킨다.’

무더운 한여름 밤을 날려 보낼 만한 으스스한 문구, 추리소설이나 공포소설에 나오는 구절 같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 별자리에 얽힌 이야기들을 재밌게 풀어 놓은 바로 이 책에 나오는 구절이다. 양력으로 12월 22, 23일경에 있는 동지 절기 겨울 밤하늘에 보이는 별자리가 귀신 상여, 무덤을 의미하는 대릉과 적시성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입춘에서 대한까지 24절기에 보이는 별자리들이 모두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달력을 보지 않고도 별자리를 통해 농사의 시기를 정했다. 절기마다 다른 별자리에는 각각의 별만큼이나 아름다운 우리 고유의 전설이 숨겨져 있다.

북두칠성 아래 사슴이 뛰어간 발자국처럼 나 있는 세 쌍의 별 삼태성에는 암행어사 박문수가 사람들을 괴롭히는 지네 괴물을 기지와 지혜로 처치하는, 마치 SF 영화 같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북두칠성에는 일곱 아들을 키우는 홀어머니가 건넛마을 홀아비와 아슬아슬하게 아들들 몰래 데이트하는 연애담이 숨겨져 있다. 북두칠성을 쳐다보고 있자면 가운데 별이 유난히 흐리게 보인다. 거기엔 이런 사연이 숨어 있다. 어머니가 건넛마을로 마실 다니기 편하도록 일곱 아들이 개울에 다리를 놓아 드렸고, 이 다리를 건너던 어머니는 어찌나 고마운지 다리 놓은 아들들이 하늘나라 별이 되도록 축수를 했다. 그런데 가운데 아들만은 어머니의 마실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여 눈을 흘기며 가운데 다리를 놓았는데 이 탓에 나중에 북두칠성이 되었을 때 가운데 별이 유독 흐려 보이게 되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우리 별자리에 얼마나 아기자기하고 재밌는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는지 이 책을 읽다 보니 찜통 같은 한여름 밤이 금세 가 버렸다.

혜성 하면 서양 천문학자 헬 리가 76년 주기를 계산해 냈다고 하는 헬리 혜성이 떠오른다. 그러나 동양 천문학에서도 기원전부터 혜성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여러 종류로 나누어 구분하고 있었다. 보통 꼬리가 달린 것은 혜성이라고 했으며, 혜성 가운데 꼬리가 아주 커져서 마치 깃발처럼 보이는 것을 치우기라고 불렀다. 이처럼 발달된 동양 천문학을 기반으로 1395년 조선 태조 대에 고구려 천문도를 연구 발전시켜 ‘천상열차분야지도’라는 천문도를 만들었다. 이처럼 발달된 조선시대의 천문학을 체계적으로 자세하게 설명하여 별자리 이야기뿐 아니라 한국 전통 천문학의 개요를 체계적으로 잘 설명해 놓았다. 이 책이 별자리 책 중에서도 유독 돋보이는 이유다.

김재희 소설 ‘훈민정음 암살사건’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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