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수해 어느 정도인가

  • 입력 2007년 8월 19일 13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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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연기 사유로 내세운 수해를 지금까지 북한 언론이나 북한 당국이 세계식량계획(WFP)이나 국제적십자사연맹(IFRC) 등에 밝힌 수치로 보면 303명 사망·실종, 이재민 8만8000여 가구 30여만 명, 전체 농경지 11% 이상 침수 등 피해로 정리된다.

그러나 이 피해 통계는 아직 최종 집계된 것이 아니어서 인적·물적 피해는 이보다 더 커질 수 있다.

특히 수도인 평양은 1967년 '최악의 홍수'보다 많은 폭우가 쏟아졌고 평양 시내를 관통하는 대동강 수위도 관측 사상 최고를 기록, 일부 지역이 범람하는 등 도시기능이 상당 부분 마비되는 사태를 빚었다.

지난해에 이은 농경지 피해와 주택 침수, 통신 두절, 철도·도로 유실, 탄광 갱도 침수 등으로 인해 북한이 연초 신년공동사설에서 제시한 경제 회생 목표가 상당히 타격받을 것임은 물론 당장 식량난에 시달리는 민생의 어려움이 더욱 심각해지게 됐다.

집중호우가 열흘 가량 이어져 피해복구와 방제 작업이 더뎌지면서, 북한의 취약한 사회·경제 체제를 감안할 때 수인성 전염병 발생이나 농작물 흉작 등 '2차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평양에 '물폭탄'

조선중앙통신은 7~11일 대동강 중·상류에 내린 524㎜는 '최악의 홍수'였던 1967년 8월 25~29일의 472㎜보다 52㎜나 더 많이 내렸다"고 밝혔다.

통신은 "1967년 당시 대동강 중·상류에 평균 470여㎜의 폭우가 퍼부어 평양시, 평안남도 덕천·순천·양덕·성천군과 황해북도 신평군 등에 큰물이 났었다"고 돌아보면서 류기렬 중앙기상연구소 소장의 말을 인용해 "대동강 중·상류의 최근 평균 강수량은 기상관측 이래 가장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방송도 '초보적으로 집계된 자료'라며 "평양시 주변 군과 구역에서 1870여 가구의 살림집이 피해를 입고 송산~평양역 구간, 낙랑~서평양역 구간 궤도전차 노선에서 전차의 정상운영이 중지됐다"며 "공공건물 7개가 무너지고 20여 개소의 500여m에 달하는 도로가 파괴됐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시내 저지대와 시 주변의 여러 지역 주민들이 "생활에서 커다란 타격을 받았다"고 통신은 전하고 "보통강 구역과 만경대 구역, 중 구역과 평천 구역 등 일부 거리에는 2m까지 물이 차올라 교통은 마비되고 전력공급과 통신망이 차단됐다"고 중앙통신은 전했다.

대북 인권단체인 좋은벗들은 "평양의 도로들이 진흙탕 속에 묻혔고 보통강이 범람해 주변 가옥들도 침수됐으며, 청류관, 창광원, 안산각과 일부 아파트는 1층까지 잠겼고 동평양은 허리까지 물이 찼다"고 전했다.

◇수재민 30만 명

조선중앙통신은 14일 "수백 명이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됐다"고 처음으로 인명 피해에 대해 보도한 뒤 조선중앙방송이나 평양방송 등에서도 "심각한 피해"라고 거듭 밝혔다.

IFRC의 평양주재 대표대행인 테리예 리스홀름은 17일 AP통신에 이번 수해로 221명이 사망하고 82명이 실종됐다고 북한 당국과 구호 협의 과정에서 들은 말을 전했다.

북한의 조선 적십자회와 함께 현지에서 가장 먼저 구호활동에 착수한 IFRC는 이번 집중호우로 14일 현재 최소한 200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것으로 잠정 추산했었다.

중앙통신은 또 이번 비로 8만8000여 가구 30여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북한 당국이 집계한 '종합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통신은 "14일 현재 평양시와 황해남북도, 평안남북도, 강원도, 함경남도 등의 전반적 지역에서 4만6580여 동에 8만8400여 가구의 살림집이 완전 및 부분 파괴 혹은 침수돼 30여만 명의 주민이 피해를 입었다"며 피해 규모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가 지난해 7월14~16일의 폭우 피해에 관해 그해 8월7일 "1만6667동에 2만8747가구의 살림집이 파손됐다"고 보도한 것보다 훨씬 심각한 것이다.

◇농업에 연타

북한 농업성은 이번 비로 인한 농경지의 침수·매몰·유실 규모를 14일 현재 "논과 옥수수밭의 11% 이상"이라고 밝혔다고 중앙통신이 15일 전했다.

북한은 지난해 집중 호우에도 침수 1만6194정보, 매몰 4250정보, 유실 3530정보 등 총 2만3974정보의 농경지가 피해를 입었었다. 올해는 총 피해 농지가 10만 정보 이상 될 것으로 추산돼 지난해의 5배 가까이 된다.

중앙통신은 북한 농업성 리재현 국장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전하고 "올해 좋은 알곡 수확고를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고 우려했다.

리재현 국장은 특히 이번 비로 인한 농작물 손실은 "여러 차례 있었던 물난리 때에 비해 매우 크다"고 말해 농작물 피해가 북한 사상 최대 수준이 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중앙통신은 기본 곡창지대인 평남에선 2만6000여 정보의 논밭이, 황해남도에선 2만여 정보의 논밭이 침수됐으며 황해북도에도 3만7000여 정보의 논밭이 침수되거나 매몰·유실됐다며 다른 부문에 비해 농업부문 "피해가 제일 크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200여 채의 양수장, 1600개소의 물길, 480여 개소의 농업구조물, 800여 개소의 하천이 파괴되고, 수백 대의 양수기와 전동기, 변압기들이 침수·유실돼 앞으로 농업생산에 막대한 지장을 줄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식량계획은 북한에서 올해 곡물 수확이 40만t가량 줄고 침수 농지에서는 향후 1~2년간 농작이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도시·산업기반 '흔들'

도로와 철도, 통신망이 끊기고 침수돼 곳곳에서 교통과 통신이 마비됐다.

중앙통신은 17일 "나라의 전반적 지역에서 100여 개소, 7만8000여㎥의 철길 노반이 유실되고 200여 개소의 6만2400여㎥의 돌과 흙사태로 철길이 끊어졌으며 4개의 차굴(터널)이 침수됐다"고 밝혔다.

통신은 또 "57개소의 3만6000㎥의 철도 옹벽과 280여m의 철다리보(교량)가 파괴되고 13개의 철도변전소가 침수됐으며 1160여 개의 철도 통신전주와 120여 개의 콘크리트 전주가 파괴되거나 넘어져 여객 및 화물수송이 중단됐다"고 전했다.

또 황해북도 평산~정봉역 구간에서는 흙사태로 120여 개의 구조물이 파괴되고 지수~석탕온천역, 기탄~정봉역 등 구간에서도 수천㎥의 노반이 유실되고 산사태로 1만㎥의 돌과 흙이 쌓였다고 소개했다.

최근 방북했던 남측 대북지원 단체 관계자는 "평양~개성간 고속도로 일부가 13일 현재 유실돼 차량들이 특정 구간을 우회했으며 운행시간도 기존의 2배가 넘는 6시간 가량 걸렸다"고 전했다.

중앙방송은 지난 16일 "각지의 통신시설과 체신설비들, 도로와 도시경영시설들도 피해가 크다"고 밝혔다.

수력발전소 일부 시설이 파괴되거나 탄광이 침수하는 등 면서 산업 기반에도 상당한 타격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방송은 16일 "4만여m의 전선이 감탕(진흙)에 묻히거나 유실됐다"며 "허천강발전소, 부전강6호발전소, 통천1호발전소 등 각지의 수력발전소들이 큰물로 인해서 침수됐거나 수력구조물들이 파괴되는 정황이 조성됐다"고 밝혔다.

중앙통신은 북한 전역에서 14만4000t 이상의 석탄이 유실되고 300여 개의 갱이 무너졌으며 총면적 1만1400㎡에 이르는 건물 70여 채, 4만500㎡의 저탄장 30여 곳이 완전 또는 부분 파괴됐다고 17일 전했다.

◇전염병 등 2차 피해 우려

비가 열흘 가량 이어지면서 복구 작업이 더뎌졌다.

더욱이 북한의 수해복구는 중장비 부족 등으로 인력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복구기간은 늘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침수 지역에서 시설 복구와 방제 작업 등이 지연되면서 주민들이 수인성 전염병에 걸리거나 농작물에 병해충이 발생할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복구에 軍 동원령

정부 소식통은 15일 "북한은 7일 이후 집중호우로 홍수피해가 극심한 평안남도 및 황해도 등의 일부 군부대에 동원령을 선포하고 피해복구에 나서도록 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같은 날 북한의 중앙방송도 평양~원산 사이를 비롯한 "중요 도로들이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며 "인민군 군인들까지 떨쳐나서 현재 도로 복구를 위한 투쟁을 힘있게 진행하고 있다"고 군 동원령을 뒷받침했다.

이 방송은 "철도성의 일군들과 근로자들"과 "국토환경보호성의 일군들과 정무원들"도 철도 복구와 강·하천 등의 복구에 나섰다고 전했고, 중앙통신은 같은 날 중앙정부와 각급 지방에서 "강력한 큰물피해복구지휘부가 조직돼 복구사업에 모든 역량이 집중되고 있다"며 "각지 일군(간부)들과 근로자들, 가두인민반원들이 복구사업에 한 사람같이 떨쳐 나섰다"고 정부와 군·민이 총력동원 체제임을 전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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