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 생산직 ‘逆학력위조’

  • 입력 2007년 8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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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공단 내 모 대기업에 생산직으로 근무 중인 A(34) 씨.

그는 2004년 근무 중인 회사의 생산직 신입사원 모집에 고졸로 학력을 낮춰 지원해 합격했다. 지방의 4년제 대학교를 졸업했지만 대졸 신입사원 모집에 번번이 낙방했기 때문.

그는 “입사 후 사내 훈련원에서 기술을 충분히 익혔기 때문에 생산직 근무에 어려움이 없다”며 “입사와 동시에 노동조합에 가입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정년까지 보장받을 수 있고 월급도 대졸 관리직과 비슷하다”고 만족스러워했다.

▽학력 하향 위조 성행=현재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인사들의 대부분은 학력을 ‘상향 위조’했지만 울산지역 대기업 근로자들은 A 씨처럼 취업을 위해 ‘하향 위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학력 하향 위조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허위 서류 제출자는 채용을 취소할 수 있다’는 사규에 따라 적발되면 해고되기 때문이다.

17일 울산노동지청 등에 따르면 최근 울산공단 내 4개 업체가 4년제 정규 대학을 졸업하고도 고졸이나 전문대 졸업으로 학력을 낮춰 생산직으로 입사한 20여 명을 적발해 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왜 학력 낮추나=울산노동지청은 기업체가 4년제 대졸자보다 고졸이나 전문대 졸업자를 대상으로 한 생산직을 더 많이 뽑고 있는 것이 결정적 원인으로 보고 있다. 생산직 사원 모집 자격에 ‘고졸 이상’인 대졸자도 지원이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회사는 대졸자를 기피한다는 것.

대기업의 현행 임금체계도 대졸자의 학력 하향 위조를 부채질하는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입사 초기에는 대졸 관리직이 생산직보다 기본급은 많지만 근속연수가 길어질수록 각종 근로수당이 많은 생산직의 월급이 관리직을 앞지르고 있다.

1980, 90년대엔 학생 운동권 출신들이 노동운동을 위해 학력을 속이고 위장 취업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지금은 취업을 위해 학력을 위조하는 셈이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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