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경찰의 성폭행 피해자 모욕 국가가 배상”
더보기

“경찰의 성폭행 피해자 모욕 국가가 배상”

입력 2007-08-18 03:01수정 2009-09-26 18:07
뉴스듣기프린트
트랜드뉴스 보기
성폭행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이 피해 여성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면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정신적 고통을 가한 것이어서 국가의 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26부(부장판사 강영호)는 2004년 경남 밀양시에서 발생한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인 A 양 자매와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A 양 자매 측에 5000만 원을 물어주라”며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A 양 자매와 가족들은 소송에서 “경찰관의 모욕적인 발언으로 인권을 침해당하고 정신적 피해도 보았다”고 주장했다.

2004년 당시 여중생이던 A 양 자매는 밀양 지역 고교생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한 뒤 같은 해 12월 울산 남부경찰서에서 피해자 조사를 받을 때 B 경장에게서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 B 경장은 A 양 자매에게 “내 고향이 밀양인데 너희들이 밀양 ‘물’을 다 흐려 놨다. 밀양을 이끌어 갈 애들(남학생 피의자들)이 다 잡혀 왔는데 이제 어떻게 할 거냐”며 “내 딸이 너희들처럼 될까봐 겁이 난다”고 말한 것.

당시 경찰은 A 양 자매에게 가해자로 의심되는 41명의 남학생 얼굴을 확인하게 하면서 피해자와 가해 학생들을 분리하지 않고 직접 대면하도록 했다. A 양 자매를 보복 범죄의 위험에 노출시킨 것.

또 이 경찰서 소속 경찰관 4명은 노래방에서 도우미 여성 4명에게 A 양 자매의 이름과 성폭행 피해 사실을 말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가 미성년자일 때는 피해자에 대한 보호가 더욱 필요한데도 경찰은 A 양 자매에게 모욕감과 수치심을 주는 말을 해 정신적 고통을 줬다”며 “특히 경찰은 A 양 자매를 남학생 피의자들과 직접 대면하게 해 피해자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도 위반했다”고 밝혔다.

당시 이 사건이 논란이 되자 경찰은 자체 감찰을 통해 B 경장 등 경찰관 5명 중 3명에게는 견책, 나머지 2명에게는 각각 정직과 감봉 1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렸으나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주요뉴스

1/3이전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