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타임스는 개혁개방과 한중수교 이후 조선족사회가 급격한 변화를 겪으면서 조선족자치주가 해체의 길을 걷는 실상을 상세히 전했다.
가장 큰 변화는 자치주 내 조선족 비율이다. 1957년 한때 65%에 달했던 옌볜조선족자치주의 조선족 비율은 최근 37%까지 떨어졌다.
조선족이 줄면서 취학아동도 크게 줄었다. 조선어학교에 취학하는 조선족 아동의 비율은 더욱 크게 줄었고 특히 1996년부터 4년 동안엔 취학률이 절반 이상 뚝 떨어졌다. 이 기간에 조선족 교사의 53%가 학교를 떠나야 했다.
이러다 보니 요즘 조선족 젊은이는 조선어보다 중국의 표준어인 보통화(普通話)를 더 잘 구사한다. 젊은이 사이에선 조선족끼리도 보통화를 사용한다. 이들에게 ‘국사’란 중국사를 의미한다. 30대 이하 젊은이 가운데 춘향전이나 홍길동전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당연히 이들은 한국이나 북한보다 ‘베이징(北京)’에 더 귀속감을 느낀다.
그러나 아시아타임스에 따르면 이 같은 변화를 소수민족에 대한 중국의 교묘한 차별정책 때문으로 보기는 어렵다. 중국 조선족은 미국이나 일본, 러시아 한인에 비해 한국어를 잘 구사한다.
오히려 변화의 원인은 조선족 자신이다. 개혁개방 이후 조선족은 자치주를 떠나 중국 전역으로 퍼졌다. 특히 1992년 한중 수교 이후엔 중국에 진출한 한국인을 따라 동부 대도시로 진출했다.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간 사람도 부지기수다.
조선족은 현재 중국의 55개 소수민족 가운데 2번째로 잘 사는 민족이다. 영아사망률이 낮고 교육수준도 높다.
그러나 한국의 ‘민족주의’ 시각으로 보면 상황은 장밋빛이 아니다. 조선족의 교육의 질이 나아지고 사회적으로 성공할수록 조선족 사회는 성공의 희생자가 되어 해체되고 있다는 게 아시아타임스의 분석이다.
반면 한때 조선족의 민족주의 열정을 경계했던 중국 정부는 이런 조선족 사회의 변화에 안도감을 느낀다고 아시아타임스는 전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분리운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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