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진구]평가 잘 받으려고 국장이 직접 브리핑?

  • 입력 2007년 8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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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관료 동정 브리핑이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인가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통상부 1층 제1브리핑실에서는 정부의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에 따라 통합브리핑실이 만들어진 후 첫 브리핑이 열렸다. 외교부 한병길 중남미국장이 브리핑한 내용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22, 23일 브라질에서 열리는 제3차 동아시아·라틴아메리카협력포럼(FEALAC)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다는 간단한 내용이었다.

사전에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외교부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는 “특별한 내용도 없는 고위 관료 동정을 담당 국장이 직접 브리핑까지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소리가 나왔다. 장차관은 물론 국무총리조차 해외 방문 같은 동정 사항은 공보실에서 보도자료를 만들어 배포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이기 때문.

그러나 이날 외교부 브리핑은 기자들에게는 생소한 광경이었지만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정부업무평가위원회가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의 조기 정착을 위해 6월부터 부처 평가항목 중 관련 배점을 대폭 확대 변경했기 때문이다.

원래 6점이던 ‘장차관 대언론 홍보활동’은 ‘대언론 브리핑’으로 이름이 바뀌고 배점도 15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15점 중 브리핑 실적은 5점, 브리핑 적정성 및 취재지원 내실화는 10점을 배당했다. 4점이던 ‘온라인 활용 홍보사례’는 ‘온라인 홍보 활용’으로 변경되고 3배가 넘는 14점을 할당했다.

위원회는 또 ‘등록기자 대상으로 브리핑실에서 실시한 브리핑’만 인정하도록 했다. 또 언론홍보 브리핑은 ‘국장 보직자 이상 인정하고, 국장 실적에 포함’하도록 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기자들 사이에서는 “평가 점수를 잘 받기 위해 보도자료 한 장이면 되는 사안을 국장이 직접 브리핑까지 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기자들에게도 외면 받는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에 대해 정부로서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온갖 논란 속에 수십억 원을 들여 만든 통합브리핑실에서 고작 고위 관료 동정이나 발표하고 있는 것은 진정한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와는 거리가 멀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국민이 진정 알아야 할 내용을 얼마나 충실하게 전달하고 있는가’를 고민하는 것이다.

이진구 정치부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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