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성석제의 그림 읽기]주차비가 비싼 이유

  • 입력 2007년 8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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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피해 오전에 산에 올라갔다 점심 때 내려오니 시원한 냉면 생각이 간절해졌습니다. 오랜만에 유명한 냉면 전문점을 찾아가 보기로 했지요.

기억을 되살려 보니 그 음식점은 서울 중심가의 오래된 거리 하고도 골목 깊숙한 곳에 있었습니다. 큰 도로까지는 갔지만 골목 입구를 찾기가 어렵더군요. 두 번이나 입구를 지나치고 나서야 겨우 음식점 주차장 안내 표지를 발견했지요.

그런데 좁은 골목 안으로 들어가서 어지간히 따라가도 안 나오는 게 좀 이상했습니다. 이사를 갔나 싶어 차를 돌렸더니 음식점은 그대로 있다는군요. 또 한 바퀴 뱅글뱅글 돌게 생겼습니다. 차만 도는 게 아니라 심신의 일부가 따라 돌 것 같기도 하고…. 막 골목을 빠져나오자 도로변에 노면 주차장이 있더군요. 냉면 한 그릇 먹자고 세 번 네 번 돌고 도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듯 맞춤한 자리인 데다 텅 비어 있었습니다. 그곳에 차를 세우고 조금 걷기로 했지요. 주차비를 내는 편이 또 도는 데 들 기름값이며 스스로에 대한 불만을 감내하는 것보다 나을 것 같았지요.

그 음식점의 전용주차장은 이미 꽉 차 있었습니다. 음식점 안도 꽤 혼잡했는데 주차하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사람들보다는 먼저 자리를 잡을 수 있었지요. 그 집 냉면은 사리까지 추가해서 주문하면 값이 1만 원이 넘어가는, 전국적으로도 비싼 편에 들어갑니다만 제값을 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찾느라 힘이 들고 배가 고파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요. 냉면을 먹고 나서는 차를 빼느라 애 먹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느긋하게 내 차로 갔습니다.

그런데 주차비가 막 먹고 나온 냉면 값을 상회하는 게 아닙니까. 냉면 한 그릇 먹고 나오는 시간에 주차비가 1만 원 가까이 하다니 어이가 없더군요. 주차요금 징수원이 이유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아, 주차비가 싸 봐요. 만날 다른 차들이 주차해 있을 테니까 밖에서 오는 차가 주차할 데가 없어요. 비싸니까 아무도 차를 대지 않잖아요. 아까도 차를 아주, 금방, 쉽게 댔지요?”

그 주차비 영수증을 잘 받아서 차 안에서 특별히 잘 보이는 곳에 모셔 두었습니다. 두고두고 교훈을 삼아야 본전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성석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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