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규 부총리-이성태 총재 ‘곤혹’

  • 입력 2007년 8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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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 우려로 국내 증시가 유례없는 폭락장을 보이면서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다소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권 부총리는 14일 재정경제부 내부 게시판에 “예기치 못한 충격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 투자 자금이 급격하게 회수된다면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큰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올렸다.

호주 뉴질랜드 동남아시아 등에 대거 투입된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일본으로 다시 환류되면 국제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고, 한국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

이 같은 권 부총리의 언급이 보도된 뒤 15일(광복절) 휴장 후 16일 개장한 국내 증시는 공교롭게도 사상 최대 하락폭인 125포인트나 떨어졌다.

그의 언급은 있을 수 있는 불안요인을 경고한 것이며 국내 증시 역시 미국 등 해외증시 폭락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일각에서는 경위야 어쨌든 권 부총리가 불안감을 증폭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성태 총재 역시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한은은 9일 사상 처음으로 2개월 연속 콜금리 인상을 결정한 다음 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져 일부에서 “국제 금융시장 예측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물론 미국 등 선진국 중앙은행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여파를 예측 못하기는 마찬가지여서 일방적 비난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많다.

또 각국 중앙은행은 금융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유동성을 늘리고 있지만 한은은 일단 ‘낙관론’을 굽히지 않고 있다.

16일 국내 증시가 대폭락하고 환율이 폭등하는 등 금융시장 전체가 요동을 치는 가운데서도 한은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기존의 관점을 유지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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