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빼는 외국인… 얼어붙은 亞증시

  • 입력 2007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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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금융시장이 사상 최대 코스피지수 하락과 원화 가치 급락(원화 환율 급등)이 닥쳤던 16일의 ‘검은 목요일’의 충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7일에도 주가는 비교적 큰 폭의 약세를 이어갔고 일본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15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르는 등 외환시장도 크게 출렁였다.

○ 아시아 증시, 급락세 이어 가

증시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과 일본 엔화를 빌려 다른 나라 시장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맞물리면서 17일에도 매도세가 매입세를 압도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시장에서 8830여억 원을 순매도(매도 금액에서 매입 금액을 뺀 것)해 매수에 나선 개인 투자자들의 주가 회복 기대를 꺾었다. 일본 등 아시아 주가의 급락세도 큰 영향을 미쳤다.

삼성증권 이진석 연구원은 “미국 증시가 16일 장중 한때 폭락했다가 결국 보합권에서 선방했는데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급락한 것은 유동성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문제의 초점이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청산 여부로 옮겨 오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미국 시장에서 변화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증시 조정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 증시가 고점 대비 16% 정도 급하게 빠진 것은 좀 과하다는 판단이 든다”며 “소폭이나마 반등도 기대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 증권사 객장 우울, 펀드 환매 분위기는 없어

주가가 이틀 연속 급락하자 일선 증권사 객장은 하루 종일 침울했다.

대신증권 여의도지점의 한 직원은 “오전 장 중 한때 지수가 반등하자 객장이 다소 들뜨는 듯했으나 오후 들면서 큰 폭의 하락을 보이자 다시 초상집 분위기가 됐다”고 전했다. 신용 융자를 얻어 주식에 투자한 개미투자자들의 반대 매매도 나타나는 추세다.

하지만 주식형 펀드에 대한 환매 움직임은 아직 그리 눈에 띄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일선 증권사의 설명이다. 한 증권사 직원은 “단기 급락에 따른 반등 기대 심리 때문인지 환매 요구는 거의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 수입업체들 외화결제 앞당겨

외환시장에서 원-엔 환율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대비한 엔화 주문이 폭주하면서 1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외국인이 최근 이틀간 1조9000억 원가량의 주식을 순매도한 데다 수입업체들의 결제 수요가 몰린 것도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수입업체들은 금융시장 불안으로 원-달러 및 원-엔 환율이 추가 상승할 것을 우려해 수입대금의 외화결제를 서둘러 앞당기고 있다고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전했다.

한편 엔화 강세로 이날 일본 도쿄(東京)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69엔 떨어진(엔화 가치는 상승) 달러당 112.47엔으로 장을 마쳤다.

외환은행 강지영 연구원은 “엔-달러 환율은 다음 주까지도 112엔대에 머물며 상승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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