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막차’타고 망연자실…개미들의 비애

  • 입력 2007년 8월 17일 20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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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난생 처음 주식 투자에 손을 댄 회사원 이모(45) 씨는 최근의 주가 폭락에 망연자실하고 있다.

그는 6월 초 한창 증시가 좋을 때 살던 집을 담보로 빌린 대출금과 은행 예금을 몽땅 털어 마련한 12억 원을 모두 코스닥 종목에 투자했다. 현재 이 씨는 원금의 40%를 날린 상태다.

이 씨는 "하루에도 수십 포인트씩 치솟는 주가 지수에 혹해 무리를 했다"며 "가족들을 볼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거침없이 질주하던 주가가 폭락하면서 이 씨처럼 뒤늦게 투자에 나선 '개미'(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개미들 "주가 오르니 일단 사고 보자"

회사원 송모(40) 씨는 2002년 당시 연봉에 해당하는 4000만 원을 주식에 넣었다가 모두 날린 경험이 있다. "다시는 주식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고 수십 번을 다짐했지만 올해 7월 코스피지수가 1,950대에 육박하자 과거의 쓰린 기억은 눈 녹듯 사라졌다.

송 씨는 아내 몰래 마이너스 통장에서 수천만원을 인출해 값이 싼 코스닥 종목 두 개에 다걸기(올인) 했다. 실적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었다. 16일 현재 그는 투자한 금액의 35% 손실을 보고 있다.

대기업 직원 김모(31) 씨는 1,900선에서 증권회사 주식 4000만원어치를 사들였다가 며칠 만에 400만원이 넘는 손해를 보고 팔았다. 김 씨가 종목을 택할 때 참고한 것은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증권주가 유망하다는 기사와 증권사 애널리스트 보고서 한 장이 전부였다.

●개미들의 반복된 피해…왜?

개인투자자들은 주가가 고공(高空)행진을 할 때 경쟁적으로 주식을 사들였다가 급락장에 큰 손실을 보는 악순환을 이번에도 반복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사상 최대 규모로 매각할 때 사상 최대 규모로 사들였다가 피해를 보는 모습도 최근의 폭락장에서 어김없이 재연됐다.

대신증권 조윤남 투자전략부장은 "개인투자자들이 선진국 증시에 비해 변동폭이 컸던 국내 증시를 경험하면서 주가에 매우 민감한 편"이라며 "주가가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조바심으로 일시에 투매에 나서 하락폭을 더 키우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나UBS자산운용 정윤식 운용본부장은 "실적보다는 주변 분위기에 따라 투자를 결정해 장기투자에 따른 수익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연기금 등 장기성 자금의 부족이 증시의 변동폭을 키워 결과적으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확대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20061002|김상운기자 sukim@donga.com>061002|김상운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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