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길 직전 '2인의 죽음' 알았다

  • 입력 2007년 8월 17일 16시 21분


코멘트
탈레반에 납치된 지 26일만에 극적으로 풀려나 17일 인도 뉴델리를 경유해 입국한 김경자(37), 김지나(35) 씨의 귀국길은 만감이 교차하는 여정이었다.

배형규, 심성민 씨가 희생된 뒤 남은 21명의 인질들 가운데 가장 먼저 풀려난 이들은 악몽같은 피랍의 기억을 뒤로하고 고국 땅을 향했지만 19명의 동료들을 아프간현지에 남겨두고 왔다는 죄책감으로 7시간여의 비행 내내 단 한번도 웃음을 보이지 못했다.

탈레반으로부터 석방될 당시 입었던 연두색 계열과 보라색 무늬가 찍힌 아프간 전통의상을 입은 채 인천행 비행기에 들어선 두 김씨의 얼굴은 그야말로 '퉁퉁' 부어 있었다.

귀국 길에 오르기 직전에야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 씨가 살해된 사실을 알고는 '미친 듯이' 울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살아있을 줄로만 알았던 인솔자 배 목사와 탈레반이 '서울에 갔다'고 말해 석방된 줄만 알았던 심성민 씨까지 살해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던 것.

더욱이 2명이 죽고 남은 19명은 아직도 탈레반의 억류하게 놓여 있는 상황에서 혼자만 살아남아 돌아왔다는 미안한 마음 때문인지 두 사람은 기내에서 말도 잃었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뒤척이기만 했다고 이들과 동행한 정부관계자들은 전했다.

또 배 목사와 심씨의 사망 소식을 들은 뒤 제대로 식사를 한 적이 없다던 두 김 씨는 기내에서도 간식으로 제공된 샌드위치만 조금 베어 먹었을 뿐 소고기와 버섯 등으로 만든 비즈니스석의 고급 기내식은 거의 손도 대지 않았다.

이날 두 김씨의 귀국길은 언론과 일반인 접촉을 최대한 막기 위한 정부 측의 깜짝 쇼가 잇따른 길이었다.

정부 측은 언론의 취재망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당초 알려졌던 입국 유력 경유지를 급거 변경해 16일 오후 두 김씨를 인도 뉴델리 인디라 간디 공항으로 이동시켰다.

이 때문에 현지에 주재하는 일부 특파원들이 급하게 인천행 티켓을 구하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또 공항에서도 정부 측은 일반인과의 접촉을 최대한 차단하기 위해 탑승구 바로 옆의 귀빈실을 통째로 빌려, 일반인들이 입국 수속을 밟기 전에 이들을 '대피'시키기도 했다.

더욱이 정부 측은 두 김씨의 좌석을 비행기 맨 앞쪽으로 정하고 가장 나중에 탑승하는 방법은 물론 두 김씨를 창 측 좌석에 앉히고 정부 관계자가 복도 쪽에 앉는 방식으로 일반인과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했다.

두 김씨의 귀국길에 동행한 문하영 외교부 본부대사는 "풀려난 인질들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협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자칫 인터뷰 내용이 탈레반을 자극해 협상을 망칠 수도 있고 인질의 안위에도 악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인터뷰나 사진, 동영상 촬영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라며 이해해달라고 기자들에게 요청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