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통합브리핑룸 열긴 열었지만…

  • 입력 2007년 8월 17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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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핑룸 문 닫는 외교부 관계자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통상부 1층에 새로 마련된 제1브리핑룸에서 브리핑을 하기 위해 내려온 외교부 관계자가 “사진 촬영은 할 수 없다”며 문을 닫고 있다. 안철민 기자
브리핑룸 문 닫는 외교부 관계자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통상부 1층에 새로 마련된 제1브리핑룸에서 브리핑을 하기 위해 내려온 외교부 관계자가 “사진 촬영은 할 수 없다”며 문을 닫고 있다. 안철민 기자
기자 2명 상대로 ‘첫 브리핑’

16일 오후 2시 반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통상부 1층 제1브리핑룸. 정부가 추진하는 이른바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에 따라 새로 만들어진 통합 브리핑룸에서 열리는 정부의 첫 번째 기자 대상 설명회가 열렸다.

시간이 되자 외교부 한병길 중남미국장이 브리핑 준비를 하고 기자들을 기다렸다.

하지만 20분이 넘도록 외교부 출입기자들은 단 한 명도 브리핑에 참석하지 않았다. 외교부 출입기자들이 총의를 모은 단체행동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정부 브리핑에 대한 ‘보이콧’이 돼 버린 셈.

외교부 출입기자들은 이미 여러 차례 “정부의 기자실 통폐합 조치에 동의한 적이 없고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와 제2차 남북 정상회담 등 중대한 이슈를 취재하는 가운데 일방적으로 기자실을 옮기라는 통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우여곡절 끝에 오후 2시 55분경 통신사인 뉴시스와 국정홍보처가 운영하는 홍보방송인 KTV 기자 2명만 참석한 가운데 브리핑이 강행됐다.

브리핑 내용은 22, 23일 브라질에서 열리는 제3차 동아시아·라틴아메리카협력포럼(FEALAC) 외교장관 회의에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참석한다는 내용이었다.

평소 같으면 이런 ‘동정’ 성격의 예고는 보도자료만 배포하고 브리핑을 하지 않는 게 외교부의 관례였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된 통합 브리핑룸을 사용하도록 국정홍보처나 청와대가 외교부에 압력을 넣어 예정에도 없던 브리핑을 급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미 예정된 행사였고 당초 송민순 장관이 참석하려고 했지만 사정상 김 본부장이 참석하는 등 설명해야 할 내용이 있었다. 브리핑이 급조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외교부는 이날 오전 “앞으로 모든 브리핑을 새 브리핑룸에서 하겠다”고 통보했다.

정부 당국자는 “모든 백그라운드 브리핑과 아프간 사태, 6자회담 비핵화 실무그룹 회의 및 다른 실무그룹 회의 브리핑을 1층에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외교부는 이날 중남미국장의 브리핑을 강행했지만 장관 취임 후 해외출장 때를 제외하곤 거르지 않고 매주 브리핑을 해오던 송 장관은 5주째 주례 브리핑을 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아프간 사태는 물론 남북 정상회담 등 현안이 있는데도 송 장관이 브리핑을 이유 없이 거르는 것은 책임 회피이자 취재 불응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외교부 측은 “특별히 정례브리핑을 할 만한 내용이 없다고 판단해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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