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누님들” 재판장 호칭에 마음 약해져…

  • 입력 2007년 8월 17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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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님들, 조금씩 양보하세요.”

중년의 부장판사가 ‘누님들’이라는 말을 써 가며 소송 당사자들을 화해시켰던 경험담을 동료 법관들에게 소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창원지법 제2민사부 재판장인 최인석(50) 부장판사는 최근 법원소식지에 ‘사람은 대접받은 대로 행동한다’는 글을 통해 재판 과정에서 느낀 호칭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최 판사는 50대 후반의 두 아주머니가 빚 액수를 놓고 벌인 소송을 조정하면서 “여사님, 장바닥에서 하는 말씀을 판사실에서 쓰시면 되겠습니까”라고 해 험악했던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던 경험을 적었다.

이어 “내친김에 ‘누님들, 돈이 얼마나 된다고 악착같이 싸우십니까. 전에는 사이가 좋았다면서요. 조금씩 양보해 소송 끝내고 편안하게 사시지요’라고 권했더니 ‘누님들’이 넘어가더라”라고 설명했다.

결국 1심에서 피고가 물어줘야 했던 금액이 4000만 원이었지만 최 판사의 조정을 통해 1000만 원만 갚는 것으로 재판이 종결됐다는 것.

이 글에서 최 판사는 “‘아부의 기술’ ‘설득의 심리학’ 같은 책들이 ‘실전’에서 많은 보탬이 됐다”며 “설득과 칭찬의 출발은 호칭임을 실감했다”고 밝혔다.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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