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동빈 기자의 카 라이프]펑크의 쓰라린 기억

  • 입력 2007년 8월 17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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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커덩 덜커덩.’

1995년 여름 어느 날 밤늦게 차 바닥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리며 차체에 제법 충격이 전해져 왔습니다. 즉시 옆으로 차를 대고 봤더니 도로에 떨어져 있던 두께 7cm 정도의 각목을 보조석 쪽 앞바퀴와 뒷바퀴로 차례로 타고 넘은 것입니다. 그날따라 피곤했는지 도로 바닥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멍하게 운전을 하다가 각목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죠. 속도가 빠르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우선 각목을 도로 옆으로 치운 뒤 타이어 상태를 살폈습니다. 파열되지는 않아서 괜찮겠다는 생각에 10분 정도 운전을 하고 갔습니다. 그런데 운전대가 조금씩 보조석 방향으로 돌아가더니 차의 진행 방향도 오른쪽으로 가더군요.

다시 차를 대고 보니 문제의 앞뒤 타이어는 공기가 완전히 빠져나가 납작해져 있었습니다. 스페어타이어는 하나뿐이고, 지금처럼 긴급출동도 없던 시절이라 일단 조향이 되는 앞 타이어만이라도 갈아서 집까지 가야겠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차에 딸려오는 보조공구로 차를 들어올리고 휠볼트를 풀려고 하는데 자꾸 바퀴가 돌아가 힘이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먼저 휠볼트를 느슨하게 풀어 놓은 뒤 차를 들어올려서 남은 부분을 풀어내야 하는데 순서를 몰랐던 것이죠.

혼자서 끙끙거리고 있는 것이 안쓰러웠는지 지나가던 택시 운전사 한 분이 오셔서 방법을 설명해줘서 겨우 바퀴를 빼낼 수 있었습니다.

바퀴 한 개를 교체하는 데 꼬박 1시간이 걸렸습니다. 열대야여서 속옷까지 젖었더군요.

그 뒤에도 다른 차로 2번이나 돌과 나무를 밟아서 타이어와 휠까지 손상되는 사고가 있었지만 이제는 바퀴 하나당 5분을 넘기지 않습니다.

도로에 떨어진 낙하물은 생각보다 위험합니다. 낙하물의 두께가 5cm만 넘어도 고속주행 중인 승용차는 대형 사고로 직결될 정도로 치명적입니다.

화물차 운전자들은 타인의 생명을 빼앗을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가지고 적재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적재함을 잘 관리해야 합니다.

일반 운전자는 도로 바닥과 전방을 동시에 파악하는 시선처리를 연습해둬야 안전을 지킬 수 있습니다. 물론 타이어 교체 방법도 알아둬야겠죠.

운전면허시험은 운전을 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지식일 뿐입니다. 운전 관련 지식을 계속 쌓아가지 않으면 어느새 여러분은 다른 사람들을 위협하는 위험한 운전자가 돼 있을지도 모릅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카 라이프와 자동차 이야기는 격주로 번갈아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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