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여유자금을 확보하라”

  • 입력 2007년 8월 17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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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촉각 곤두세운 금융권

글로벌 금융 위기 우려가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 등 금융시장을 강타하자 금융회사들은 사태 추이를 모니터링하면서 자금 조달 여건을 긴급 점검하는 등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 파문 확산에 대비해 금융 당국이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을 가동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컨틴전시플랜은 금융 위기 상황에서 금융회사와 정부가 각각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담은 일종의 행동강령”이라며 “1단계는 평상시 단계를 뜻하는데 현재 상황은 1단계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컨틴전시플랜’ 가동 가능성

은행, 보험, 카드 등 각 금융회사는 컨틴전시플랜과 자체 대응 방안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등의 실태를 점검하는 한편 금융상품 판매 시 투자위험성을 종전보다 상세히 설명하는 등 불완전 판매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가장 긴장하고 있는 곳은 은행권. 이달부터 시작된 외화대출 용도 제한으로 일부 은행은 최근 한국은행에 달러 지원을 요청하는 등 가뜩이나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의 자금담당 부행장은 “국내 은행들이 최근 몇 년 동안 외화자산을 크게 늘려 왔지만 달러 조달이 어려워짐에 따라 당분간은 보수적인 자금 운용이 불가피해졌다”며 “해외 자금 조달 비용도 높아질 것으로 보여 여유자금 확보가 관건이 됐다”고 말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채권을 4억9000만 달러가량 보유한 우리은행은 “일단 이번 파문이 어떻게 정리될지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해춘 우리은행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채권이 5% 정도 손실을 보고 있는데 30% 손실까지는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증시로 간 돈 U턴… 기회될 수도”

반면 고객들의 안정자산 선호 경향이 뚜렷해진 것은 은행권에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장보형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증시로 대거 이탈한 돈이 은행으로 돌아온다면 은행권에는 새로운 가능성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보험사들은 일련의 사태로 직접적인 피해를 볼 것으로는 보지 않으면서도 변액보험 환매 요구 등 간접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제 신용경색 우려에 따라 국내 증시의 하락세가 이어지면 증시에 연동해 수익률이 달라지는 변액보험을 환매하려는 수요가 커질 수 있기 때문. 보험사들은 환매 고객에게는 중장기 투자를 권유하고 신규 대출에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엄격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카드사들은 다른 금융회사에 비해 외화 자산과 부채가 거의 없어 비교적 느긋한 분위기다. 하지만 향후 파장이 커져 국내 자금 조달이 차질을 빚을 것에 대비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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