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성 스포츠전문기자의&joy]건강 지키는 바른 걸음

  • 입력 2007년 8월 1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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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을 땐 목-가슴-배-허리를 똑바로 세워야 한다. 정수리를 누가 위에서 잡아당긴다고 생각하면서 걸으면 목덜미와 등줄기가 쭉 펴진다. 파워워킹 자세를 보여 주고 있는 최유경 한국워킹협회 지도자. 전영한 기자  ▶dongA.com에 동영상
걸을 땐 목-가슴-배-허리를 똑바로 세워야 한다. 정수리를 누가 위에서 잡아당긴다고 생각하면서 걸으면 목덜미와 등줄기가 쭉 펴진다. 파워워킹 자세를 보여 주고 있는 최유경 한국워킹협회 지도자. 전영한 기자 ▶dongA.com에 동영상
《“태초에 발이 있었다(마빈 해리스). 발은 제2의 심장이다. 모든 걸음걸이에는 걷는 사람의 에너지와 감정이 드러난다. 신발의 닳은 모습을 보면 그 주인의 직업을 알아낼 수 있다. 그래서 걷기는 말하기다. … 인간은 평생 12만 km를 걷는다. 걷기는 우리를 풍경 속의 나무, 바위, 산, 강둑 등과 결합시켜 준다. 걷기를 통해 우리는 자신이 걷고 있는 길이 된다. 발이 머리와 가슴을 이끌 수 있게 해 준다. (걷기, 인간과 세상의 대화‘ 조지프 A 아마토 지음, 김승욱 옮김, 작가정신)

도시에 사는 새들의 노래는 빠르다. 랩 같다. 시골 새들의 노래는 느리다. 민요나 컨트리송 같다. 도시인들은 총총 빠르게 걷는다. 종종걸음으로 어디론가 끊임없이 오간다. 농부들의 걸음걸이는 느릿느릿하다. 곧고, 가볍고, 편안하다. 스님들도 휘적휘적 우아하게 걷는다. 도시인들은 대부분 구부정하게 걷는다. 만화영화 주인공 슈렉 같다. 턱을 쭉 내밀고 어깨 허리 무릎이 약간 굽은 채 걷는다.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은 탓이다. 》

머리 쑥 내밀고 허리는 구부정… 헉! 내가 슈렉걸음?

한쪽 어깨가 갸우뚱 기운 채 걷는 사람도 있다. 책가방이나 핸드백을 메고 다닌 습관이다. 여성들 중엔 걸을 때 발뒤꿈치가 아니라 발끝이 먼저 닿는 경우도 흔하다. 발 앞부리로 허공을 툭툭 차듯이 걷는다. 발을 땅에 내디딜 때도 무릎이 잘 펴지지 않는다. 굽 높은 하이힐을 신고 다닌 흔적이다.

발끝과 발뒤꿈치가 거의 동시에 닿도록 걷는 예는 부지기수다. 발바닥 전체를 일시에 쿵쾅 땅에 내딛는다. 그만큼 뇌에 충격이 간다. 건들건들 걷는 사람도 있다. 신발을 땅바닥에 질질 끌거나, 뒤뚱뒤뚱 어기적어기적 걷는 사람도 있다. 아프리카 케냐에 사는 마사이족은 하루 평균 3만 보를 걷는다. 그들의 걸음은 달걀이 구르듯 자연스럽고 리드미컬하다.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맨발로 빠르게 걷는다. 무게중심이 발뒤꿈치→발 바깥쪽→새끼발가락 부근→엄지발가락 부근→엄지발가락 순으로 이동한다.

○고개 내민 채 걸으면 경추-척추에 부담커져 후유증

최유경(23) 한국워킹협회 지도자는 “고개를 내민 채 걷는 사람이 갈수록 늘고 있다. 그렇게 걸으면 경추와 척추에 부담이 커져 후유증이 생긴다. 걸을 땐 귀 볼이 어깨선과 일직선이 되도록 턱을 뒤로 당겨야 한다. 팔자걸음도 많다. 양 무릎이 스치듯이 걸어야 바른 자세인 ‘11자 걸음’이 된다.”고 충고한다. 하지만 수십 년 동안 굳어진 걷기자세를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어렵다. 최 지도자는 “요즘은 50, 60대 여성들이 걷기운동을 많이 하는데 그분들도 3개월 정도 교육을 받으면 효과가 나타나고, 1년이면 바른 자세로 바뀐다”고 말한다. 걷기 자세 교정엔 경보가 으뜸이다. 경보는 ‘한쪽 발이 항상 바닥에 닿아 있는’ 점은 걷기와 다름없다. 하지만 발을 내디딜 때 무릎관절이 굽혀지면 파울이다. 바닥을 향해 곧게 내밀어야 한다.

걷기는 발을 내디딜 때 무릎이 5도 정도 굽혀진다. 또한 왼발과 오른발이 나란히 평행선으로 나아가는 ‘11자 걸음’이다. 그러나 경보는 패션모델처럼 양발이 일직선 위를 걷는다. 그래야 마라톤처럼 최단거리로 빠르게 갈 수 있다. 경보선수들의 씰룩씰룩한 ‘오리걸음’은 ‘발을 내디딜 때 무릎을 굽히지 않으면서, 양발의 발자국이 일직선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이민호(43·삼성전자) 경보국가대표코치는 “발을 곧게 내디딜 때, 좌우 골반을 돌리면서 밀어주기 때문에 척추와 고관절이 튼튼해질뿐더러 양발이 벌어진 O다리 교정에도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경보는 선수들만 하는 운동이 아니다. 스페인 멕시코 이탈리아 에콰도르 등 라틴계열 국가들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남아공 호주 미국 등에서는 인기 스포츠다.

아마추어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마스터스 대회도 많다. 속도도 빠르다. 경보 20km의 세계 최고기록은 에콰도르 제퍼슨 페레스의 1시간 17분 21초. 100m를 23.1초에 걷는 빠르기다. 한국 최고기록은 박칠성(25·삼성전자)의 1시간 20분 20초. 걷기에는 시속 5km 안팎의 보통걷기(100m 72초)와 시속 6∼8km의 파워워킹(100m 45∼60초)이 있다. 보통걷기는 옆 사람과 편안하게 대화하며 걷는 상태이고 보폭은 ‘키-(90∼100)’ 정도 된다. 파워워킹은 걸을 때 팔을 앞뒤로 크게 흔들고, 발을 내디딜 때 무릎을 최대한 곧게 뻗는다. 보폭은 ‘키-70cm’ 정도. 파워워킹을 하면 팔-등-장딴지-종아리로 이어지는 몸의 뒤쪽 근육들이 발달한다.

○걷기 자세 교정엔 무릎 펴고 걷는 경보가 으뜸

걷기는 600만 년이나 된 가장 오래된 운동이다. 인간이 땅에 직립하는 순간부터 시작됐다. 걸음걸이는 8세 이전에 완성돼 거의 평생 그대로 간다. 고치기 어렵다. 하지만 불균형한 걸음걸이는 크고 작은 질병의 원인이 된다. 몸의 주춧돌은 발이다. 기둥은 척추와 경추로 이어지는 등뼈다. 발과 등뼈가 어긋나면 관절과 근육이 비틀어지고 오래 계속되면 그대로 굳어져 버린다. 걸음걸이도 얼마든지 고칠 수 있다. 틈날 때마다, 큰 거울 앞에서 상체를 곧게 세우고 제자리걸음을 하면 좋다. 발이 뒤꿈치부터 닿도록 리드미컬하게 발목을 꾸준히 움직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발목을 좌우로 비틀거나 앞뒤로 구르듯 해도 도움이 된다.

걷기는 ‘자유’와 ‘해방’이다. 잃어버린 ‘나’를 찾는 것이다. 비행기 여행이 ‘점(點)에서 점(點)으로의 찍기 여행’이라면 기차여행은 ‘선(線)에서 선(線)으로의 줄 여행’이다. 하지만 걷기는 온몸으로 하는 ‘전면(全面) 여행’이다. 전면여행은 올바른 걸음걸이부터 시작된다. 올바른 걸음걸이는 균형과 리듬이다.

김화성 스포츠전문기자 mars@donga.com

바른 걷기 자세는

상체 곧게 세우고 발뒤꿈치부터 땅에 닿게

프랑스 전직기자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터키 이스탄불에서 중국 시안(西安)까지 1만2000km를 걸어서 여행했다. 1만2000km라면 약 1800만 걸음. 알렉산더 동방원정대의 도보 이동거리도 3200km나 된다. 미국 애팔래치아 종주코스(메인 주 카타딘 산∼조지아 주의 오글소프 산)도 3200km가 넘는다. 다음은 바른 걷기 자세.

① 몸을 똑바로 세워라. 목-가슴-배-허리를 똑바로 세운 채 걸어라. 정수리를 누가 위에서 잡아당긴다고 생각하면서 걸으면 목덜미와 등줄기가 쭉 펴진다. 시선은 전방 20∼30m 앞을 보라.

② 양 어깨를 이은 선이 수평이 되도록 걸어라. 양 어깨가 좌우로 흔들려도 안 된다.

③ 허리는 위아래로 흔들리지 않도록 일정한 높이를 유지한 채 걸어라.

④ 양팔은 진행 방향으로 똑바로 흔들고, 팔꿈치는 자연스럽게 굽혀라.

⑤ 앞다리는 곧게 뻗어 발끝을 위로 향하게 걷고, 뒷다리는 발끝으로 지면을 차듯 걸어라.

⑥ 작은 보폭으로 빠르게 걷는 게 좋다. 물론 발뒤꿈치가 땅에 먼저 닿아야 한다.

⑦ 날숨이 들숨보다 2배 정도 길게 느껴지도록 걸어라. 즉 2보 걸을 동안 계속 숨을 내쉬고 다음 1보를 걸을 동안 숨을 들이쉬는 식으로 하면 된다.

⑧ 숲길이나 흙길에서 맨발로 걷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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