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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서 ‘삼중수소’ 노다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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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서 ‘삼중수소’ 노다지로

입력 2007-08-17 03:02수정 2009-09-2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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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원전의 중수로형 원자로. 이곳에서 화학반응이 일어나고 부산물로 삼중수소가 생성된다. 사진 제공 한국수력원자력

1g에 2700만 원을 호가하는 방사성폐기물이 있다. 금보다 약 1350배나 비싼 값이다. 이 방사성폐기물은 바로 삼중수소(三重水素).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달 26일부터 경북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에서 산업용 삼중수소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캐나다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다.

○산업용으로 쓰이는 방사성폐기물

삼중수소는 중수로형 원전에서 발생하는 방사성폐기물이다. 보통 수소보다 3배 무겁다. 중성자가 2개 더 많기 때문이다. 삼중수소는 다른 방사성폐기물과 달리 여러 산업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삼중수소는 스스로 빛을 내는 자발광체(自發光體)의 핵심 원료다. 전기가 내는 자외선이 형광물질을 자극해 빛을 내는 형광등과 달리 삼중수소 자발광체는 삼중수소가 방출하는 베타선(방사선의 일종)이 형광물질을 자극한다. 갑자기 정전이 돼 어두워지면 큰 사고의 위험이 있는 공항 활주로의 유도등이나 건물의 비상구등에 주로 삼중수소 자발광체가 설치돼 있다. 수명이 13년 안팎이라 형광등보다 5, 6배나 오래 쓸 수 있다.

미국은 9·11테러 이후 워싱턴 덜레스공항과 뉴욕 케네디공항에 중성자 검색대를 설치했다. 물체의 형태만 검사하는 X선 검색대에 비해 중성자 검색대는 성분까지 분석하기 때문에 모양을 바꾼 폭발물도 바로 적발할 수 있다. 중성자 검색대는 물체에 중성자를 쏘아 폭발물의 주원료인 질소가 내는 특정 파장을 찾아낸다. 이 중성자를 발생시키는 게 바로 삼중수소다.

○국내 생산 삼중수소 수출 가능성도

최근 들어 국내 전문가들이 삼중수소를 주목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과 유럽연합,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인도가 공동으로 프랑스에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를 건설 중이기 때문이다. ITER는 2020년부터 본격 가동돼 삼중수소와 중수소를 충돌시키는 핵융합반응으로 막대한 에너지를 생산해 낼 것으로 전망된다. 삼중수소가 바로 ITER의 원료가 된다.

현재 산업용 삼중수소를 생산하는 곳은 캐나다 달링턴 원전이 유일하다. 핵융합연구센터 정기정 ITER사업단장은 “캐나다는 ITER 회원국이 아닌 데다 삼중수소 생산량이 연간 700g(추정치)에 불과해 ITER의 연간 사용량(1kg)에 못 미친다”며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삼중수소를 ITER에 판매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성원전은 매년 700g 정도의 산업용 삼중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안전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

산업용 삼중수소를 생산하려면 삼중수소제거설비(TRF)가 필요하다. 사실 TRF는 중수로형 원전을 가동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중수에서 삼중수소를 분리해 따로 저장하는 설비다. 원전 인근 지역으로 삼중수소가 배출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월성원전은 이렇게 TRF에 모아둔 삼중수소를 산업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 있다. TRF에 저장된 삼중수소는 티타늄이라는 금속에 결합돼 있는 형태. 한국전력공사 송규민 박사는 “티타늄과 삼중수소를 분리하려면 온도를 700도 이상 높여야 하는데, 이때 삼중수소가 다른 금속에 침투해 설비 전체가 오염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삼중수소가 내는 베타선은 종이나 물로 차단되고 사람 피부도 뚫지 못한다. 그러나 삼중수소가 기체나 액체 상태로 몸속에 들어와 베타선을 방출하면 유전자가 파괴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황용수 박사는 “일정 지역에 삼중수소가 장기적으로 누적될 경우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충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 시민단체인 경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원자력정책연구소는 “곧 TRF 감시기구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주=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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