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동빈 기자의 카 라이프]펑크의 쓰라린 기억

  • 입력 2007년 8월 16일 19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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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커덩 덜커덩'

1995년 여름 어느 날 밤늦게 차 바닥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리며 차체에 제법 충격이 전해져 왔습니다.

즉시 옆으로 차를 대고 봤더니 도로에 떨어져 있던 높이 7cm정도의 각목을 보조석 쪽 앞바퀴와 뒷바퀴로 차례로 타고 넘은 것입니다. 그날따라 피곤했는지 도로바닥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멍하게 운전을 하다가 각목을 발견하지 못한 게죠. 속도가 낮은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우선 각목을 도로 옆으로 치운 뒤 타이어의 상태를 살폈습니다. 파열되지는 않아서 괜찮겠다는 생각에 10분 정도 운전을 하고 갔습니다. 그런데 운전대가 조금씩 보조석 방향으로 돌아가더니 차의 진행방향도 오른쪽으로 가더군요.

다시 차를 대고 보니 앞 뒤 타이어 2개가 완전히 공기가 빠져나가 납작해져 있었습니다. 스페어타이어는 하나뿐이고, 지금처럼 긴급출동도 없던 시절이라 일단 조향이 되는 앞 타이어만이라도 갈아서 집까지 가야겠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차에 딸려오는 보조공구로 차를 들어올리고 휠볼트를 풀려고 하는데 자꾸 바퀴가 돌아가 힘이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먼저 휠볼트를 느슨하게 풀어 놓은 뒤 차를 들어올려서 남은 부분을 풀어내야 하는데 순서를 몰랐던 것이죠.

혼자서 끙끙거리고 있는 것이 안쓰러웠는지 지나가던 택시 기사 한 분이 오셔서 방법을 설명해줘서 겨우 바퀴를 빼낼 수 있었습니다.

바퀴 한 개를 교체하는데 꼬박 1시간이 걸렸습니다. 열대야여서 속옷까지 젖었더군요.

그 뒤에도 다른 차로 2번이나 돌과 나무를 밟아서 타이어와 휠까지 손상된 사고가 있었지만 이제는 바퀴 하나 당 5분을 넘기지 않습니다.

도로에 떨어진 낙하물은 생각보다 위험합니다. 낙하물의 높이가 5㎝만 넘어도 고속주행 중인 승용차는 대형사고로 직결될 정도로 치명적입니다.

화물차 운전자들은 타인의 생명을 빼앗을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가지고 적재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적재함을 잘 관리해야 합니다.

일반 운전자는 도로 바닥과 전방을 동시에 파악하는 시선처리를 연습해둬야 안전을 지킬 수 있습니다. 물론 타이어 교체방법도 알아둬야겠죠.

운전면허시험은 운전을 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지식일 뿐입니다. 운전관련 지식을 계속 쌓아가지 않으면 어느새 여러분은 다른 사람들을 위협하는 위험한 운전자가 돼 있을지도 모릅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카 라이프와 자동차 이야기는 격주로 번갈아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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