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들 "패닉에 투매… 조정 장기화될 듯"

  • 입력 2007년 8월 16일 14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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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증시가 대폭락했다. 코스피 지수가 무려 125p 폭락하고 코스닥 지수는 77p나 내렸다. 이같은 하락폭은 한국 주식 역사상 최악의 것이다. 코스피는 1691, 코스닥은 689에 장이 마감됐다.

▽ <코스닥> 77.85P(10.15%) 내린 689.07(장종료)

▽ <거래소> 125.91P(6.93%) 내린 1,691.98(장종료) <동아닷컴>

펀드매니저들 "패닉에 투매… 조정 장기화될 듯"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인한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코스피지수가 급락했다.

펀드매니저들은 16일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조정기간이 더 길어져 연말까지는 상승추세로 완전히 복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또 코스피지수도 1,600선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 미국發 악재에 기간조정 장기화 = 올 들어 가파른 급등세를 보여온 코스피지수는 서브프라임 사태에 직격탄을 맞아 최근 2주 간 장중을 포함해 무려 300포인트 이상 하락하는 급락세를 연출하고 있다.

펀드매니저들은 주식시장 급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투자자들의 패닉에 따른 투매현상을 지목했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의 파장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손실규모와 피해 금융기관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한 상태여서 관련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냉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소비나 고용지표가 나빠져 미국의 실물 경기가 악화되면 국내 경기와 금융시장 역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허장 푸르덴셜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국내 금융기관들이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음에도 해외 악재로 인해 급락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해외발 악재에 과민반응하면서 투매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국내 증시의 펀더멘털이 훼손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만큼 상승추세는 완전히 꺾이지 않았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단기간에 해결될 이슈는 아닌 만큼 급등락장세(지그재그형태)는 좀 더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영일 한화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미국발 신용경색 위기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예단하기 어렵지만 조정국면은 좀 더 길어질 것"이라며 "최근 지수를 진정한 바닥으로 보고 급락 이후 급등을 생각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외국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위험자산을 팔아 현금을 확보하려는 성향이 짙어졌다는 점에서 코스피지수는 1,600선까지도 하락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진단도 제기됐다.

정경수 우리CS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유동성 과잉 우려 문제가 엔캐리 트레이드(일본에서 저금리의 엔화 자금을 조달해 호주 등 금리가 높은 국가에 투자, 차익을 얻는 거래)의 환수 등의 다른 형태로 번질 가능성이 있어 당분간 '팔자심리'가 확산될 것"이라며 "유동성 문제가 해소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인 만큼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코스피지수 2,000선 재회복 시기는 올해를 넘길 가능성이 있으며, 올 들어 급등한 점을 감안하면 1,700선 아래까지 조정은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 싼 주식 매수기회 vs 당분간 '관망' = 단기적인 시황전망에 대해 다소 신중론이 우세한 가운데, 일부 펀드매니저들은 주식시장이 조정을 거쳐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조정기를 저평가 우량주에 대한 매수 기회로 삼을 것을 권했다.

한화운용의 김 본부장은 "코스피지수 급등을 몰고 온 경기 모멘텀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나 주가가 많이 싸진 만큼 종목 투자자라면 저평가된 주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르덴셜의 허 본부장은 "이번 이슈와 관련이 없는 유틸리티 통신 등의 내수주와 낙폭과대 우량주가 주목을 받을 것"이나 "미국과 유럽 등 해외 경제와 관련성이 높은 정보기술(IT)주에 대해선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재현 KT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가격 조정이 너무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어 당분간 기간 조정이 이어질 것"이나 "지수가 일시적으로 추가 하락할 때는 매수 기회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브프라임 해소 국면에선 다시 빠르게 반등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단기적으로 낙폭이 과대하고 펀더멘털이 우수한 종목을 중심으로 저점 매수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번 조정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은 섣불리 매매에 나서지 말고 '관망'을 유지하라는 조언도 제기됐다.

우리CS운용의 정 본부장은 "섣불리 주식을 사거나 파는 것 모두 리스크가 커진 상황"이라며 "지금은 반등을 예상해서 주식을 사는 것보다는 관망하면서 지켜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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