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李-朴 캠프, 경선 이후도 생각하라

  • 입력 2007년 8월 1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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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를 뽑는 경선일이 다가오면서 이명박, 박근혜 두 경선후보 캠프의 경쟁 양상이 사생결단식 극한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 소유주에 관한 검찰의 애매한 수사결과 발표가 기름을 끼얹었다. 박 후보 측에서는 노골적으로 ‘이 후보 사퇴’를 주장하고, 이 후보 쪽에서는 “저주의 굿판을 걷어치우라”고 맞서고 있다.

경선 이후 당의 분열적 상황을 심각하게 걱정하는 소리가 당 안팎에서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민주당 대선주자인 조순형 의원까지 한나라당의 과열 경선 행태에 대해 “잘못됐다”고 지적할 정도다.

두 캠프에 속한 원로급 20여 명이 오늘 만나 경선 막판 과열방지책과 경선 후 화합책을 논의한다고 한다. 이대로 가면 ‘정권 교체’라는 목표를 위해 힘을 합칠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일 것이다. 한나라당은 전신인 민자당의 1992년 경선과 1997년 경선에서 분열 상황을 경험한 바 있다. 어떻게든 그런 최악의 상황은 막자는 게 원로들의 생각이다.

당내 경선은 12월 본선에서 다른 당 후보와 맞설 대표 선수를 뽑는 과정이다. 이 과정 자체를 당과 잠재 후보들의 경쟁력을 높여 주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그러기는커녕 경선후보들끼리 서로 ‘대통령이 돼선 안 될 사람’ ‘본선 경쟁력이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으며 그 ‘근거’를 들이대기에 혈안이다. 당의 정권 교체를 어렵게 하는 자해(自害)다.

두 후보 진영은 싸울 만큼 싸웠다. 이쯤에서 서로 자제력을 보여야 한다. 경선 투표 및 여론조사 참여자들도 알 만큼 알 것이다. 이젠 한계를 지키는 후보가 더 빛날 것이다.

나흘 뒤 이 후보가 이기건, 박 후보가 이기건 서로 껴안아야 한다. 경선에서 이긴 쪽은 진 쪽을 진실로 감싸야 한다. 정권 교체에 성공하면 두 사람 모두 최종 승자가 될 수 있지만, 좌파 정권 연장을 허용하면 두 사람 다 영원한 패배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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