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서 만나는 심슨 왜 갑자기 슈퍼맨 됐나

  • 입력 2007년 8월 1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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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시리즈를 극장에서 돈을 내고 보라고? 내 생각엔 여기 있는 사람 모두 호구인 것 같아. 특히 당신 말이야!”

영화가 시작되면 주인공 호머 심슨이 당돌하게 소리친다. TV로 공짜로 볼 수 있는 데 뭐하러 돈내고 영화관에 왔냐고. 일단 관객부터 졸지에 얼간이로 만들어 놓는 심슨의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좁은 TV 화면을 벗어난 그들의 거침없는 하이킥은 넓어진 영화 스크린만큼이나 대담무쌍하다.

23일 개봉하는 영화 ‘심슨 가족, 더 무비’는 1987년부터 미국에서 18시즌 동안 400여 회 방영된 최장수 애니메이션 코미디. 3D와 컴퓨터그래픽이 판치는 극장가에 TV시리즈를 만든 스태프가 그대로 참여해 만든 2D애니메이션 영화이지만 엽기적인 캐릭터만큼은 어떤 작품에도 뒤지지 않는다.

미국 중산층 가정에 대한 유머로 가득한 ‘심슨 가족’은 현대 미국사회를 들여다보는 논문의 주제가 될 정도로 관심을 끌어왔다. 이번 영화에서도 수많은 정치 사회적인 이슈뿐 아니라 영화 속 명장면들도 패러디했다.

스프링필드의 오염된 호숫가에서 연주를 하던 ‘그린데이’ 밴드는 관중이 던진 병 때문에 무대가 가라앉기 시작하자 ‘타이타닉’에서처럼 갑자기 바이올린을 꺼내들고 연주하며 “너희들과 연주한 건 무한한 영광이었다”고 말한다. 또한 환경오염 확산을 막기 위해 스프링필드를 덮은 거대한 투명돔은 영화 ‘트루먼쇼’를 연상케 한다.

영화 속 곳곳에 담긴 날카로운 정치풍자도 흥미롭다. 비극적 결과를 초래할 정책을 한번 읽어보고 결정하라는 제안에 대통령은 “난 지도(Lead)하라고 뽑힌 것이지 읽으라고(Read) 뽑힌 게 아니야!”라고 일갈한다. “여기서 물러나면 난 다시 가족 코미디나 만들게 되겠군!”이라고 하는 대통령의 목소리 연기에는 캘리포니아 주지사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카메오로 출연해 폭소를 자아낸다.

호머 심슨은 자신과 가족밖에 모르는 남자다. 착하지만 멍청한 주인공은 자신뿐 아니라 마을 공동체를 점점 더 큰 위기로 몰아간다. 아무 생각 없는 대중도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긴 마찬가지다. 엄청난 위기 앞에서도 흥청망청하는 현대사회를 꼬집는 장면이다.

그러나 소심하고 무능했던 호머 심슨은 마지막 장면에서 마을을 구하는 슈퍼맨으로 변신한다. 그는 왜 갑자기 착해졌고, 능력을 갖게 됐을까? 심슨도 결국 할리우드 상업영화의 공식을 외면할 수 없었나 보다. 12세 이상.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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