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전문가 릴레이인터뷰<6>벡톨 美해병대 지휘참모대학 교수

  • 입력 2007년 8월 1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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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NLL 정치적 이슈 만들기 위해 지속적 압박
정상회담 관계없이 한미 연합훈련은 지속돼야
핵문제 가장 시급한 의제… 진전 가능성은 의문”

“북한이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밀어붙인다면 한국은 까다로운 안보상 도전을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워싱턴 근교에 있는 해병대 지휘참모대학의 브루스 벡톨 교수는 1997∼2003년 미 국방정보국(DIA) 동북아시아 담당 선임분석관을 지낸 한반도통(通) 군사전문가로 손꼽힌다.

올가을 출간을 목표로 서해 NLL을 주제로 한 연구서를 집필 중인 벡톨 교수는 15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NLL 문제를 비롯한 남북한 군사 이슈가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는 자신의 발언이 미국 정부나 대학의 정책을 반영하는 것이 아닌 개인적 견해임을 강조했다.

“북한은 그동안 NLL 문제를 남북 간 주요 이슈로 만들기 위한 시도를 계속해 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그의 군 참모들은 NLL 문제를 유리한 협상카드(bargaining chip)로 여기는 것 같다. 하지만 이 문제는 한국엔 중요한 안보 이슈다. 1999년(연평해전)과 2002년(서해교전) 군사적 충돌은 양쪽 다 인명 피해를 가져왔고 여전히 많은 한국인에게 강한 감정으로 남아 있는 것 같다.”

―북한이 NLL 문제를 제기하는 근본적 이유를 뭐라고 보나.

“정치적 동기가 있다고 본다. 1999년까지는 북한이 NLL의 존재를 암묵적으로 인정해 왔다. 꽃게 잡이 철에만 NLL 끝까지 밀고 나왔다. 당시엔 북한에 NLL 문제는 분명히 ‘경제적 게임’이었다. 하지만 1999년 이후 북한은 이 문제를 핵심 이슈로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해 왔다. 의식적인 외교적 시도를 해 왔다고 본다. 의문점은 한국이 융통성을 보일 경우 북한은 그 대가로 뭘 제공하겠다는 것인지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이 NLL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예상되는데….

“북한이 밀어붙일 경우 한국에는 안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만약 NLL이 다시 그려지거나 해상의 공동 안보를 추진한다는 합의가 이뤄져 NLL의 현 상태가 변한다면 남북한 국방 당국 모두에 중대한 도전이 될 것이다. 한국으로선 인천을 통한 해상 수송의 안전, 서해 5도에 살고 있는 주민과 어부들의 안전 등 매우 중요한 안보 이슈가 걸려 있다. 북한 해군 함정은 한국 조업선에 더 가까이 다가올 것이고 또 다른 충돌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한국 해군의 작전반경도 중대한 재조정을 해야 할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그 밖에 군축 등 군사 이슈가 논의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비무장지대의 재래식 전력 문제가 논의되고 군사적 신뢰구축 방안이 다뤄지길 희망한다. 하지만 실제로 성과가 있을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북한은 그동안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감축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기에 새로운 지휘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연합 훈련은 매우 중요하다. 북한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형태의 훈련은 지속되어야 한다는 게 나의 희망이다.”

―한국 정부가 을지포커스렌즈 연습 중 한국군 기동훈련 등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정도의 양보도 한미 군사동맹에 영향을 미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양국은 군사협력의 지속을 매우 강력히 원하고 있다.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을지 몰라도 군사협력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 관리들은 양국 군사동맹에 필요하다면 유연한 변화를 받아들일 태세가 되어 있다. 그들이 실망했다고 말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정상회담에서 북핵 논의가 진전을 볼 가능성이 있는가.

“한국인 대다수는 핵 문제가 다뤄지길 원할 것이라 생각한다. 가장 시급한 이슈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실망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 경우 정상회담에서 다른 무엇을 이뤄낼 것인지 의문이다. NLL 조정? 대규모의 경제 원조? 그렇다면 북한은 그 대가로 뭘 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것이다. 북한이 신뢰구축을 위해 군사훈련을 중지할 것인가, 미사일 확산 의도가 없다고 선언할 것인가…. 한국의 긍정적 조치에 상응해 북한에서 긍정적 조치가 나오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두 지도자가 만나서 얘기했다는 점 이외에 얻은 게 무엇이냐고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지도자들이 만나 얘기하는 것 자체는 긍정적인 일이라고 믿는다.”

―김 위원장이 임기 후반인 노무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합의했다는 사실 자체를 어떻게 보는가. 예상 밖인가.

“김 위원장은 아마도 정치적으로 한국의 진보 진영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상회담은 긍정적인 일이다. 다만 북한이 진정으로 상응하는 양보를 취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그런 태도를 보지 못했다. 2000년 정상회담도 명확하고 투명한 신뢰구축을 위한 북한의 실제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브루스 벡톨 교수

△미국 해병대 지휘참모대학 교수(국제관계학) △공군 지휘참모대학 교수(2003∼2005년) △유니언인스티튜트 박사(안보 문제 전공) △국방정보국 동북아시아담당 선임분석관(1997∼2003년) △해병대 암호연구관으로 동북아 지역 등 근무(1977∼1997년) △‘분단된 한국: 통일에의 열망’ 등 한반도 관련 저서 4권과 다수의 논문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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