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교육원]2년만에 학사모 쓸 수 있어요

  • 입력 2007년 8월 1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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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점은행제는 다양한 형태의 학습과 자격을 학점으로 인정해 일정 수준 이상의 점수가 되면 대학을 다니지 않은 사람에게도 학사 학위를 주는 제도다. 수료식을 마친 이화여대 평생교육원 학생들이 밝게 웃고 있다. 사진 제공 이화여대
학점은행제는 다양한 형태의 학습과 자격을 학점으로 인정해 일정 수준 이상의 점수가 되면 대학을 다니지 않은 사람에게도 학사 학위를 주는 제도다. 수료식을 마친 이화여대 평생교육원 학생들이 밝게 웃고 있다. 사진 제공 이화여대
《‘소녀의 꿈은 시인이 되는 것이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 효성여대(현 대구가톨릭대) 영문학과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은 학업을 막았다. 그는 2학년을 마치고 공무원의 길로 접어들었다. 결혼과 직장 생활로 바쁜 나날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5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

10대 소녀는 손자 4명을 둔 60대 중반 할머니가 됐다. 무심한 세월이 꿈까지 앗아가지는 못했다. 시인이 되겠다는 소녀 시절의 꿈은 여전히 가슴에 남았다.

그는 대학에 가지 않아도 학사 학위를 받을 수 있는 ‘학점은행제’를 알게 됐다. 2001년 9월 계명대 평생교육원 국어국문학 전공에 등록했다.

본격적으로 시작한 문학 공부는 꿈에 한 걸음 다가가게 해 줬다. 2003년 문예한국을 통해 등단해 평생의 꿈을 이뤘다. 올 2월에는 학사모도 썼다.

소설이 아닌 현실의 이야기다. 시문학, 여성문학 등에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고 있는 김원자(66) 시인의 인생 역정이다.

○ 학사학위도 따고, 취업도 하고

학점은행제는 학교 밖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형태의 학습과 자격을 학점으로 인정해 일정 수준의 점수를 쌓으면 대학을 다니지 않은 사람에게도 학사 학위를 주는 제도다.

은행 계좌에 적금을 붓듯 학점을 차근차근 쌓을 수 있다.

1998년 학점은행제가 도입된 이래 올 2월까지 학사 4만3615명, 전문학사 2만7988명 등 7만1603명이 학위를 받았다.

학위 취득을 위해 필요한 학점은 학사 140학점, 전문학사 3년제 120학점, 전문학사 2년제 80학점이다.

이미 학위를 받은 사람이 학점은행제를 통해 다른 분야의 학위를 받으려면 해당 전공 과목 35학점을 추가로 이수하면 된다.

학점은행제는 학위뿐만 아니라 취업의 벽을 넘는 발판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2002년 개정된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라 학점은행제 학위취득자들에게도 사회복지사 자격 취득이 가능하게 된 것.

2005년 4월 학점 인정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개정돼 학점은행제를 통해 간호·보건 계열 전공 학사 학위 취득도 가능해졌다. 올 2월에는 처음으로 366명이 학점을 쌓아 간호학 학사학위를 받았다.

학점은행제를 이용하면 학위를 받는데 걸리는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대학에서 학사 학위를 취득하는 데 보통 4년이 걸리지만 학점은행제를 이용할 경우 이르면 2년 만에 학위 취득이 가능하다.

고교 졸업증 소지자가 학점은행제로 학사 학위를 받고 대학원에 진학하면 4년 만에 석사 학위를 받을 수도 있다. 정규 대학에서 학사 학위를 받는 데 걸리는 시간에 경비를 절약하면서도 석사 학위까지 따는 식이다.

○ 자격증도 학점으로 인정

교육인적자원부가 지정한 기관의 학습 과정을 이수하거나 대학 시간제 교과목을 이수하면 학위 취득에 필요한 학점을 딸 수 있다.

학점을 취득할 수 있는 기관은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사회교육원)이나 평생교육법에 의한 평생교육시설, 직업훈련원 등이다. 일부 대학은 84학점 이상을 해당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에서 취득할 경우 대학 총장 명의의 학사 학위를 주고 있다.

국가 공인 자격증을 취득해도 학점을 받을 수 있다. 취득 학점으로 인정되는 자격증은 변호사, 회계사, 기술사(이상 45학점), 기능장(39학점), 기사1급(30학점), 산업기사, 기사2급, 기능사1급(이상 24학점), 워드프로세서(8학점) 등이다.

이들 자격증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나머지 학점만 취득하면 학위를 받을 수 있다.

학습 과정을 이수하지 않고 자격증을 여러 개 취득해서 학위를 받는 현상을 막기 위해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 등 평가 인정 기관에서 최소 18학점을 받아야 학위를 주게 되어 있다.

이수 학점은 시도교육청이나 한국교육개발원 운영 본부에 영구 보존되며, 필요할 때 증빙 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다.

교육부 평생학습정책과 승융배 과장은 “학점은행제를 통해 학위를 받은 사람의 75% 정도가 25세 이상”이라며 “학점은행제가 진학 기회를 놓친 성인들에게 평생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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