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SOC 태부족…투자 시기상조 …” 재계의 시각 부정적

  • 입력 2007년 8월 1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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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린우리당 동북아평화위원회가 13일 국회에서 연 산업·자원업계 기업인과의 간담회에서 참석 기업인들은 대북 사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북한 개성공단에 입주한 의류업체 신원의 북한 근로자들이 옷을 만드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2차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린우리당 동북아평화위원회가 13일 국회에서 연 산업·자원업계 기업인과의 간담회에서 참석 기업인들은 대북 사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북한 개성공단에 입주한 의류업체 신원의 북한 근로자들이 옷을 만드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박영화 삼성전자 고문 “물자 반출 제약… 특혜 관세도 못받아”

유완영 유니코텍코리아 회장 “석탄 질 떨어져 발전용으로나 쓸 수준”

변봉덕 코맥스 회장 “北, 밑도 끝도 없이 품질보장 말만 되풀이”

김학권 재영솔루텍 회장 “통신 - 통관 - 통행 ‘3통’ 먼저 보장돼야”

김태수 광업협회 회장 “지하자원 가치 2300조… 남북 모두 이익”

이달 말 북한 평양에서 열리는 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남북 경제협력 확대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예정이지만 재계에서는 대북(對北) 사업에 비관적인 시각이 적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본보가 15일 입수한 열린우리당 동북아평화위원회(위원장 이해찬 의원)와 산업·자원업계 기업인들과의 간담회 회의록에 따르면 간담회에 참석한 상당수 기업인은 “북한 경제는 시장경제와 먼 체제로, 투자에 따르는 위험을 사전에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며 남북 경협 확대에 대한 우려를 열린우리당 측에 전달했다.

이번 간담회는 열린우리당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다룰 의제를 준비해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위해 13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었다. 열린우리당 동북아평화위 소속 의원 9명과 기업인 및 대한상공회의소 남북경협위원 19명 등 총 28명이 참석해 남북 경협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간담회 회의록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남측이 북한의 모래를 채취해 골자재로 이용하는 대가로 북측에 고속도로 건설이나 전력 등 기반시설을 갖춰 주는 방안도 이번에 좀 더 구체적으로 다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또 “북한 진출 기업을 지원하고 북측이 보유하고 있는 광물자원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사회간접자본(SOC)과 에너지를 같이 개발하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기업 적극 진출은 시기상조”

기업인들은 남북 경협 확대를 기대하는 이 위원장의 발언이 끝나자 대북 사업에 대한 비판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대한상의 남북경협위원장인 박영화 삼성전자 고문은 “삼성그룹은 1999년 이후 의류 TV 카세트라디오 소프트웨어 제작 등에서 남북 합작을 한 경험이 있다”고 소개하면서 “대기업이 적극 진출해야 한다고 하는데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박 고문은 “임금만 놓고 보면 북한 투자가 경제성이 있어 보이지만, 북한은 도로 항만 전력 투자가 추가로 필요한 데다 (테러 지원 국가에 대한 제재를 담은) 바세나르협약에 따라 대북 반출 물자에 제약이 따르고 수출에서 특혜 관세도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북한에서 공장 설립 자재를 확보하는 게 쉽지 않아 결국 대북 투자를 포기한 적이 있다”며 “북한에서의 공장 설립 비용은 다른 나라에 비해 10∼15%가 더 든다는 분석이 있고, 특히 개성공단은 하루 2달러가량 하는 근로자의 식대(食代)를 기업이 부담해 오히려 임금보다 큰 지출을 초래하는 형국”이라고 덧붙였다.

○“북한 관료체제 경직성이 걸림돌”

북한 광물자원 활용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제기됐다.

유완영 유니코텍코리아 회장은 “북한 지하자원에 대한 기대가 큰데 냉정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며 “포스코가 요구하는 석탄의 최소 열량은 kg당 6.3Cal이지만 북한산은 5.5∼6Cal밖에 안 돼 한국전력의 발전소용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굳이 철강용으로 사용하려면 많은 정제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 관료체제의 경직성이 남북 경협의 걸림돌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변봉덕 코맥스 회장은 “10년 전 평양에서 제품을 생산한 경험이 있는데 북한 당국에 품질 관리에 대해 물어 보니 밑도 끝도 없이 정부가 보장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며 “경영에서는 관리가 중요한데 북한 관료체제의 경직된 자세가 변하지 않는 한 본격적인 기업 진출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개성공단 활성화도 해결과제 산적”

개성공단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개성공단 입주업체인 재영솔루텍 김학권 회장은 “개성공단이 활성화되려면 통신 통관 통행 등 ‘3통’이 선행되어야 하고, 자유로운 기업 환경을 조성해 대기업과 외국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유 회장은 “현재 개성공단에서 15개 기업이 가동 중인데 계획대로 300개 기업이 들어가려면 10만 명의 인력이 필요하므로 인력 수급 문제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남명우 대우인터내셔널 상무는 “바이어가 직접 (북한에) 들어가 품질검사까지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북한 지하자원 잠재력 평가” 의견도

남북 경협 확대와 관련해 대체로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지만 북한 지하자원의 개발 잠재력을 평가하는 발언도 일부 나왔다.

김태수 한국광업협회 회장은 “북한에 잠재된 지하자원의 가치는 2300조 원 정도로 추정된다”며 “북한 지하자원 개발은 남북 모두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양민호 대한광업진흥공사 감사는 “북한에도 고칼로리 무연탄이 매장돼 있으며 저칼로리 석탄은 정제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북한에서 정전이 자주 발생해 정제 과정이 순탄치 않으므로 북한 각지에 무연탄 발전소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북한 석탄의 정선 비용은 석탄을 외국에서 수입할 때 들어가는 물류비용으로 생각하면 된다”며 “제2 개성공단(남포·원산항) 조성, 관광사업 확대(묘향산 구월산 백두산 등)도 제안할 계획”이라고 말해 남북 경협 확대에 대한 정부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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