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축구단에서는 내가 센터포워드”

  • 입력 2007년 8월 1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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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아시안컵 때 한국축구대표팀 주치의로 나섰던 임영진(54·경희대 신경외과 교수·사진) 박사는 또 다른 축구대회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는 대한의사축구단 단장도 맡고 있다. 10월 중순 호주에서 열리는 의사월드컵대회에 한국팀을 이끌고 참가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10월 첫 주에는 전국의사축구대회도 개최한다.

의사축구단은 2주에 한 번 훈련하고 있다. 그 자신도 선수로 나선다. “체력만 받쳐 주면 여전히 센터포워드는 내 몫”이라는 그는 “의사월드컵에서는 10위 안에 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 대회에는 12개 팀이 참가할 예정이다.

임 박사는 또 매년 일본 신경외과학회팀과 정기전을 벌이는 대한신경외과학회 축구팀의 감독이기도 하다. 아시안컵 한일전에서 핌 베어벡 감독과 홍명보 코치가 퇴장당했을 때 팀 닥터로서 아프신 고트비 코치와 유일하게 코칭스태프 벤치에 앉아 있었던 그는 “감독의 심정이 되어 머릿속에 작전을 구상해 봤다”고 회고했다. 그는 대회 기간에 이천수(울산 현대)가 급성편도선염으로 열이 40도까지 올라가 후송 얘기까지 나왔지만 밤새워 얼음 마사지를 하며 열을 내리게 했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방사선의 일종인 ‘감마레이’를 쏴서 뇌를 절개하지 않고도 뇌 깊숙한 곳에 자리한 뇌종양, 뇌암, 뇌혈관 질환을 치료하는 ‘감마나이프 수술’의 권위자다. 현재 대한감마나이프학회장도 맡고 있다. 마취할 수 없는 상태의 환자에게도 시술한다.

아시안컵 출장을 마치고 온 그는 일이 산더미처럼 밀려 쉴 새 없이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며 오전 2시까지 일하고 14일 하루에만 7차례의 수술을 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축구를 좋아했다는 그는 경희대 의대생 시절 의대동호회 축구팀을 만들었고, 이후 경희대 교수가 된 뒤에도 15년간 축구팀 지도교수를 맡았다. 이런 축구 사랑이 알려져 대표팀 주치의까지 됐다.

“축구단에서 젊은 의사들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아무리 바빠도 매일 3∼5km를 뛴다”는 그는 “평소 축구로 다져진 체력이 바탕이 돼서 나 자신이 아프지 않고 다른 선수와 환자들을 돌볼 수 있었던 듯하다”고 축구 예찬론을 폈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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