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에 다닌 적 없습니다” 윤석화 뒤늦은 고백

  • 입력 2007년 8월 1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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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화여대를 다니지 않았습니다.”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 김옥랑 동숭아트센터 대표 등 최근 문화계 유명 인사들의 학력 위조가 잇따라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연극배우 윤석화(51·월간 ‘객석’ 발행인·사진) 씨가 자신의 학력 위조 사실을 스스로 고백했다.

그동안 윤 씨는 1974년 이화여대 생활미술과에 입학했으나 1975년 민중극단 ‘꿀맛’으로 무대에 오른 뒤 연극의 매력에 빠져 1년 만에 자퇴했다고 밝혀 왔다. 그러나 윤 씨는 14일 자신의 홈페이지(www.yoonsukwha.com)에 ‘고백입니다’라는 글을 올려 “어릴 적 CM송을 부르던 시절 철없이 했던 거짓말이 30년 세월 동안 양심의 발목을 잡아 왔다”며 학력 위조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는 “외국에서 1년을 살면서 국내 소식에 둔감했었는데 며칠 전 서울에 와서 동숭아트센터 김옥랑 대표의 학력 위조로 문화계가 고심하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부끄러워 애써 숨기려 했던 제 양심이 곤두박질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용기가 없어 주저하는 사이에 이 ‘때’에 이르게 됐음을 용서해 달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년 넘게 연극을 향해 걸었던 길과 착하게 살고 싶었던 사람으로서의 꿈은 의심하지 말아 주기를 기도드린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누리꾼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윤 씨는 홈페이지에 두 번째 글을 올려 “부끄럽고 염치가 없지만 이 글이라도 올리지 않으면 심장이 멈춰 버릴 것 같다”며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다.

누리꾼들은 인터넷 게시판에 2005년 5월 월간 ‘신동아’에 실린 윤 씨의 인터뷰 내용을 퍼다 나르며 하루 종일 논란을 벌였다. 윤 씨는 당시 인터뷰에서 “다른 배우들이 ‘윤석화 네가 연극에 대해 뭘 알아’ 하면 저는 속으로 ‘너네들 공부 못했으니까 드라마센터(현재의 모 예대) 갔지. 나는 그래도 이대 출신이야’ 했지만 꿀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일부 누리꾼은 또 윤 씨의 뉴욕시립대 드라마&공연학과(수료) 학력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본보 취재팀의 확인 결과, 이화여대 측은 ‘윤 씨가 이화여대에 입학한 사실이 없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학력 위조 파문과 관련해 대학들이 손쉽게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음에도 유명 인사의 학력 위조를 사실상 방조해 왔다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연출가 임영웅(산울림 대표) 씨는 “배역을 정할 때 배우의 학력을 보고 정하느냐. 윤 씨와 수많은 작품을 같이하면서 학벌에 대해 한 번도 관심 둔 적이 없었는데 무척 안타깝다”고 말했다.

윤 씨는 1974년부터 ‘오란씨’ ‘맛좋은 다시다’ 등 300여 곡의 CM송을 불러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며 1983년 ‘신의 아그네스’에 출연해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30여 년간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딸에게 보내는 편지’, ‘아가씨와 건달들’, ‘덕혜옹주’, ‘명성황후’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연극계를 대표하는 스타로 인정받았다. 1999년부터는 공연 전문잡지인 월간 ‘객석’을 인수해 발행인을 맡고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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