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에 다닌적 없습니다” 윤석화의 ‘30년 연극’

  • 입력 2007년 8월 15일 21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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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화여대를 다니지 않았습니다.'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 김옥랑 동숭아트센터 대표 등 최근 문화계 유명인사들의 학력 위조가 잇따라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연극배우 윤석화(51·월간 객석 발행인)씨가 자신의 학력 위조 사실을 스스로 고백했다.

그동안 윤 씨는 1974년 이화여대 생활미술과에 입학했으나 75년 민중극단 '꿀맛'으로 무대에 오른 뒤 연극의 매력에 빠져 1년 만에 자퇴했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윤 씨는 14일 자신의 홈페이지(www.yoonsukwha.com)에 '고백입니다'라는 글을 올려 "어릴 적 CM송을 부르던 시절 철없이 했던 거짓말이 30년 세월동안 양심의 발목을 잡아왔다"며 학력 위조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는 "외국에서 1년을 살면서 국내소식에 둔감했었는데 '영성훈련'을 위해 며칠 전 서울에 와서 동숭아트센터 김옥랑 대표의 학력 위조로 문화계가 고심하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부끄러워 애써 숨기려 했던 제 양심이 곤두박질쳤다"고 말했다.

그는 "고백의 때를 생각했지만 용기가 없어 주저하는 사이에 이 '때'에 이르게 됐음을 용서해 달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년 넘게 연극을 향해 걸었던 길과 착하게 살고 싶었던 사람으로서의 꿈은 의심하지 말아주기를 기도 드린다"고 덧붙였다. 윤 씨는 15일 전화를 받지 않고 있으며 그의 홈페이지는 이날 오후부터 접속 불능상태다.

누리꾼들은 인터넷 게시판에 2005년 5월 월간 '신동아'에 실린 윤 씨의 인터뷰 내용을 퍼나르며 하루종일 논란을 벌였다. 윤 씨는 당시 인터뷰에서 "다른 배우들이 '윤석화 네가 연극에 대해 뭘 알아'하면 저는 속으로 '너 네들 공부 못했으니까 드라마센터(현재의 모 예대) 갔지. 나는 그래도 이대 출신이야'했지만 꿀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또 윤 씨의 뉴욕대 드라마&공연학과(수료) 학력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으며, 다른 가수와 탤런트 등의 학력을 의심하는 글도 무차별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한편 본보 취재팀의 확인결과 이화여대 측도 '윤 씨가 이화여대에 입학한 사실이 없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학력 위조 파문과 관련해, 대학들이 손쉽게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음에도 유명인사의 학력위조를 사실상 방조해왔다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윤 씨와 절친한 한 문화계 인사는 "(윤 씨가 이화여대를 안 나왔다는 사실은) 나도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며 "윤 씨가 젊은 시절에 한 거짓말에 대해 밝힐 수 없어 그동안 많이 괴로워했다"고 말했다. 연출가 임영웅(산울림 대표) 씨는 "배역을 정할 때 배우의 학력을 보고 정하느냐. 윤 씨와 수많은 작품을 같이 하면서 학벌에 대해 한 번도 관심둔 적이 없었는데 무척 안타깝다"며 "우리 사회가 학력이나 배경으로 인물을 속단해온 경향을 반성하고 고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 씨는 1974년부터 '오란씨' '맛좋은 다시다' 등 300여 곡의 CM송을 불러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며 1983년 '신의 아그네스'에 출연해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30여 년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딸에게 보내는 편지', '아가씨와 건달들', '덕혜옹주', '명성황후'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연극계를 대표하는 스타로 인정받았다. 1999년부터는 공연전문잡지인 월간 '객석'을 인수해 발행인을 맡고 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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