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봅시다]벅월터, 오티스 한국법인대표

  • 입력 2007년 8월 15일 21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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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외국인 아니에요."

다국적 엘리베이터 제조업체인 오티스 한국법인 브래들리 벅월터(43) 대표이사 부사장은 천연덕스럽게 이렇게 말했다.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에 14년째 살고 있으니 외국인이라는 표현은 맞지않다는 설명이다. 그것도 유창한 한국말로.

벅월터 대표는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집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한국 사람들은 '빨리 빨리' 문화가 몸에 배어있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성장도 빨리 할 수 있었다"며 "아들에게도 한국 사람처럼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노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인 근면성이 성공 비결

벅월터 대표가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대학교 1학년 때인 1983년. 선교사로 와서 1년 반 동안 광주(光州), 대전, 경남 통영시, 전남 목포시, 충남 청주시 등을 돌아다니며 봉사활동을 했다.

"당시엔 엄청 고생했지만, 미국에 돌아가니까 오히려 심심하더라고요. 언젠가 한국에서 일해보고 싶은 기대에서 해외 근무가 많다는 오티스에 입사했지요."

1994년부터 오티스 한국법인에서 일하게 된 벅월터 대표는 한국 사람들의 매력으로 강한 승부 근성과 근면함을 꼽았다.

이는 경남 창원 공장이 최근 오티스 세계 27개 공장 중 최고 등급을 받은 것과 무관치 않다.

"생산성이 낮은데도 인건비가 비싸면 당장 공장을 옮겨야겠지요. 그러나 저희는 창원 공장을 유지할 겁니다. 한국 근로자들은 미국이나 독일 근로자들에 비해 너무 부지런해요."

벅월터 대표는 한국산(産) 오티스 엘리베이터가 세계 시장에서 오티스 본사가 만든 엘리베이터와 경쟁하는 일도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고 자랑했다.

●"노조도 회사 발전 동반자"

그는 노조에서 만나고 싶다고 요청하면 일정을 취소하고서라도 달려간다.

"중간 관리자에게서 보고 받지 못한 회사의 허점을 노조원에게서 들을 수 있지요. 노조가 회사의 상황과 전략에 어긋나는 목소리를 내면 문제지만, 회사 발전을 위한 의견을 내니까 도움이 되지요."

그래서인지 벅월터 사장은 노조원과 비(非) 노조원을 구분하지 않는다. 그에게는 모두 '직원'일뿐이다.

그는 "회사의 경쟁력은 노사가 화합이 되어야 생기는 것"이라며 "한국 기업들이 임금이 싼 제3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선진국 기업과 차별성을 가지려면 노조와의 화합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야한다"고 강조했다.

●"빨리빨리 문화의 단점도 극복해야"

벅월터 대표는 최근 한국의 엘리베이터 보수·관리 시장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은 가격이 싼 군소업체에 보수를 맡겨 엘리베이터의 수명이 고작 12~13년입니다. 싼 게 비지떡인 셈이지요. 1920년대에 세워진 미국의 크라이슬러 빌딩은 당시 설치한 엘리베이터를 아직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보수와 관리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다보니 엘리베이터 사고도 비교적 잦다는 지적이다.

그는 "지난 10여 년간 엘리베이터 관리 기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도 사고가 잦은 것은 '빨리빨리' 문화의 단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벅월터 대표는 "앞으로 무리한 가격경쟁보다는 안전성 강화에 경영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지난해 수출이 30% 이상 증가하는 등 매년 성장을 지속하고 있고, 2010년에는 15억 달러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김유영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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