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평론가들 ‘디 워’에만 가혹한 평가?

  • 입력 2007년 8월 15일 21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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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까지 600만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디 워'에 대한 논란의 시작은 영화에 대한 평론가들의 평점이었다. 누리꾼들은 평론가들이 유독 '디 워'에 대해서만 가차 없는 혹평을 했다고 주장했다. 기자와 평론가들이 '디 워'를 평가한 글과 다른 코미디 영화를 평가한 글을 비교하며 "'디 워'가 이 영화들보다 못하냐"며 분노하는 내용의 게시물이 인터넷을 떠돌았다.

과연 평론가들은 '디 워'에만 가혹했을까?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06년과 올해 상반기의 한국영화와 외화 흥행 순위에 든 영화들과 올 하반기의 흥행작인 '트랜스포머' '화려한 휴가' '디 워'까지 총 40편에 대해 영화잡지 '씨네21'의 전문가 평점과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관객 평점(15일 오전 기준)을 비교해봤다.

▽평론가의 눈과 관객의 눈은 2점 차이=보통 200만 명 내외의 관객을 동원한 이 영화들에 대한 전문가 평점은 평균 5.5점, 관객들의 평점은 7.64점으로 예상대로 흥행작에 대해 평론가들의 평점은 관객보다 약 2.14점씩 더 낮았다. 평론가들의 최고 평점 작품은 8점을 받은 '괴물'과 '밀양'이었고 관객의 경우 '왕의 남자'(9점)와 '타짜'(8.93점) '다이하드4.0'(8.92)였다.

'디 워'의 전문가 평점은 4점으로 가장 낮은 편에 속했다. '한반도' '투사부일체' '가문의 부활-가문의 영광3' '박물관이 살아있다' '복면달호'와 같은 수준의 점수로 '디 워'만 특별히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

한 가지 다른 점은 관객들의 평점과 차이가 크게 난다는 것. 관객들은 15일 현재 '디 워'에 8.29점을 주어 양 측의 점수 차는 4.29점으로 40편 중 가장 차이가 컸다. '디 워' 다음으로 양쪽 평점차가 컸던 영화는 작년 겨울방학 어린이 관객들의 힘으로 성공했던 '박물관이 살아있다'(3.88점 차)와 '트랜스포머'(3.82점 차)였다. 블록버스터에서 관객과 평론가의 시선이 크게 차이 나는 것은 일반적 현상이지만 '디 워'의 경우 그 차이가 더 심했던 것. 이 밖에 '미녀는 괴로워' '복면달호' '허브' '1번가의 기적'과 외화 '로맨틱 홀리데이' '300' 등도 관객과 평론가의 점수가 3점 이상 벌어진 작품들.

▽흥행과 완성도의 함수 관계?=흥미로운 것은 성격이 극단적으로 다른 두 영화, 명절용 코미디 '가문의 부활-가문의 영광3'과 작가주의 영화로 분류되는 '밀양', 두 편은 흥행작 중 관객들로부터 더 낮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 혹평을 받았던 '가문' 시리즈를 계속 흥행시킨 관객들이지만 영화에는 낮은 점수(전문가-4점, 관객-3.88점)를 줬고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작품인 '밀양'에도 전문가들보다 낮은 점수(전문가-8점, 관객-6.99점)를 줬다. 평론가와 관객들의 의견이 가장 근접한 영화는 '황진이'였는데(0.09점 차) 이는 양쪽 모두 점수가 낮았기 때문이며 '괴물'(0.66점 차이)은 양 쪽 다 좋은 점수를 받아 점수 차이가 적은 경우였다.

영화평론가 박유희 씨는 "예전처럼 평론가들이 무조건 블록버스터를 폄하하는 분위기는 많이 사라지고 있으나 아직도 스타 감독에 약한 경향 등은 반성해야 할 것"이라며 "그러나 대중이 좋아하는 부분과 영화의 미학적 완성도는 다를 수도 있으며 완성도를 평가하는 것이 평론가의 몫"이라고 말했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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