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 “새 문명은 생태계-인간관계 고려하게 될 것”

  • 입력 2007년 8월 15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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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한결 여유로워 보이는 개량 한복을 입은 김지하 시인은 기행문 ‘예감’에서 “상생과 호혜가 미래 문명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여름철 한결 여유로워 보이는 개량 한복을 입은 김지하 시인은 기행문 ‘예감’에서 “상생과 호혜가 미래 문명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오대양 육대주를 훨훨 날아다녔습니다. 동서양을 비교하고 통합해 보길 원했죠. ‘한과 신명의 조화’를 가슴에 품고 세계의 미래를 찾고 싶었습니다.”

시 ‘오적(五賊)’을 쓴 시인 김지하(66) 씨가 기행문을 냈다. ‘김지하의 예감’(이룸). 10년 동안 미국 유럽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등 세계를 누빈 발자취가 두툼하다.

김 씨는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예감이란 제목에 대해 “여행을 통해 조만간 아시아에 도래할 새로운 문명을 봤다”고 설명했다.

“새 문명은 자본주의적 시스템에 의한 시장을 넘어설 겁니다. 복지를 생각하고 생태계와 인간관계를 고려하는 시장 혹은 문명이 될 겁니다.”

김 씨는 한때 ‘최후의 국내파’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쉰 살이 되도록 해외라곤 한 번도 나간 적이 없기 때문이다. 독일이나 일본의 초청, 미국 하와이 대학의 순회강연 제안도 있었지만 모두 뿌리쳤다. 그는 “조국의 민주화를 기다려야 했고 집을 나가지 않아도 천하를 알 수 있다”고 믿었다.

천하를 직접 보고 깨닫기로 마음먹었을까. 1990년대 후반 첫 해외여행으로 홍콩을 다녀왔다. 이후 10년, 홍콩을 시작으로 뉴욕 프라하 캄차카 등 40여 곳의 도시를 돌았다.

무엇보다 중앙아시아 지역이 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곳에서 문명과 문화의 동질성을 발견했다. 그는 “카자흐스탄어 중 우리말의 한(恨)과 발음이 같은 ‘한(han)’이 신과 영원히 푸른 하늘이란 뜻임을 알게 됐다”며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의 한이 하늘로 이어지고 새로운 문명의 꽃으로 연상됐다”고 말했다.

“갈수록 세계시장은 평등과 복지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시장 중심의 교환 체제가 받아들여지면서도 호혜와 상생이 기능하는 사회가 나타날 때가 된 거죠. 어떤 확정적 의미보단 세계를 돌며 느낀 예감을 책에 담았습니다. 반은 희망사항이란 뜻입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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