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손잡고 세계로 나갑시다”

  • 입력 2007년 8월 15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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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정명훈 예술감독(오른쪽)과 피아니스트 김선욱 씨. 이훈구 기자
서울시향 정명훈 예술감독(오른쪽)과 피아니스트 김선욱 씨. 이훈구 기자
광복절 기념 음악회 연 지휘자 정명훈-피아니스트 김선욱

14일 오후 9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 3악장 연주를 끝낸 피아니스트 김선욱(19) 씨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객석을 향해 인사했다. 그의 손을 정명훈(54)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번쩍 치켜들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지휘자인 정 감독은 피아니스트로서 김 씨와 특별한 선후배의 인연을 갖고 있다. 정 감독은 1974년 영국 리즈 콩쿠르에서 4위를 차지했고, 김 씨는 지난해 이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광복절 음악회에서 선보인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지난해 김 씨가 리즈 콩쿠르 결선에서 연주했던 곡이라 더욱 기대를 모았다. 일본 도쿄필과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아시아 필하모닉 지휘자를 맡고 있는 정 감독이 서울시향과 함께 서울광장에서 광복절 기념음악회를 연 것은 올해로 두 번째.

“광복절의 진정한 의미는 이제 우리 안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세계 시민’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고민하는 데 있지 않을까요. 일본에서 많은 연주를 하면서 서로를 점점 더 이해하고 따뜻하게 다가서게 되는 것을 느낍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시아 필하모닉은 더욱 특별하지요.”(정 감독)

정 감독은 “제 스스로를 규정할 때 첫째가 인간이고, 둘째가 음악가이며, 셋째가 한국인이라고 생각한다”며 “일반적으로 음악가보다 국적을 먼저 내세우겠지만 저는 음악이 가진 화해와 용서의 힘을 더 믿는다”고 말했다.

김 씨는 “세계적인 연주자들 앞에서 지휘자로 우뚝 선 정 선생님의 모습은 어릴 적부터 저를 자극해 준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오케스트라 악보를 공부하고, 인터넷 경매를 통해 정 감독의 지휘봉을 구입할 정도로 지휘 공부에 관심을 쏟아왔다. 그러나 당분간 지휘자의 꿈은 피아니스트로서 성공한 이후로 미뤄 놨다.

정 감독은 “외국에서 한 번도 공부한 일 없이 이만큼의 기술적 발전을 이룬 선욱이는 참으로 놀랍다”며 “한국의 연주자들은 자기 파트만 알고 앙상블과 오케스트라에는 약한데 선욱이는 전체 음악의 흐름을 아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날 김 씨가 들고 나온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 악보 표지에는 ‘이 곡은 내 인생의 모든 것을 바꿀 것이다’라는 메모가 적혀 있었다. 2년 전 자신이 쓴 메모대로 그는 리즈 콩쿠르 우승 이후 프랑스 라디오 필하모닉,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영국 BBC 웨일즈 오케스트라, 런던필 등과의 협연으로 바쁜 연주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서울시향과 김 씨의 ‘브람스 협주곡 1번’ 협연은 19일 오후 7시 반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21일 오후 8시 경기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 22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도 만날 수 있다. 02-3700-6300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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