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션은 달라도 피는 속일수 없어”

  • 입력 2007년 8월 15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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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는 못 속여.’ 17세 이하 여자농구청소년대표팀의 주전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이유진(숙명여고)이 경기 도중 중거리 슛을 쏘고 있다. 작은 사진은 1970년대 후반 대표팀에서 명가드로 이름을 날렸던 이유진의 어머니 홍혜란 씨. 사진 제공 점프볼
‘피는 못 속여.’ 17세 이하 여자농구청소년대표팀의 주전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이유진(숙명여고)이 경기 도중 중거리 슛을 쏘고 있다. 작은 사진은 1970년대 후반 대표팀에서 명가드로 이름을 날렸던 이유진의 어머니 홍혜란 씨. 사진 제공 점프볼
숙명여고 졸업반 센터 이유진(17)은 농구인 2세다.

아버지 이왕돈(50·186cm) 씨는 휘문고와 고려대를 거쳐 아마추어 삼성에서 뛴 센터 출신으로 대학 시절에는 동기 이충희 임정명 등과 전성기를 구가했다. 숭의여고와 태평양을 거친 어머니 홍혜란(50·170cm) 씨는 1970년대 후반 대표팀에서 최고 가드로 이름을 날리며 1978년 방콕 아시아경기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다. 오빠 이광재(23·187cm) 역시 용산고와 연세대를 졸업한 뒤 올 시즌 프로농구 동부에 입단한 신인 가드.

농구 가족의 막내인 이유진은 ‘피는 속일 수 없다’는 듯 한국 여자농구의 새로운 유망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키 185cm에 타고난 운동감각을 지녔으며 득점력과 리바운드 능력도 뛰어나다.

15일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개막되는 제2회 고려대 총장배 전국남녀고교농구대회(동아일보 후원)에서는 숙명여고의 2연패를 책임지겠다는 각오다. 이유진은 지난해 동일전산과의 결승에서 22득점, 10리바운드로 활약하며 팀을 원년 챔피언으로 이끌었다. 올 여자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1순위 후보.

14일 코트 적응 훈련을 마친 이유진은 “꼭 2년 연속 우승을 하고 싶어요. 슈팅 성공률을 좀 더 높여야 하는데, 던지는 족족 다 넣는 게 목표”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12월 청소년 대표팀에 선발된 이유진은 지난달 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의 경험을 통해 기량이 더욱 늘었다.

“키 큰 외국 선수들과 맞서다 보니 요령이 늘었어요. 활동 범위가 넓어졌고 수비력도 늘었죠.”

초등학교 5학년 때 다이어트를 위해 농구공을 잡은 이유진이 이처럼 성장한 데는 부모의 헌신적인 뒷바라지도 컸다. 1990년 뇌출혈 이후 활동이 불편한 이왕돈 씨는 휠체어를 타고서라도 늘 응원을 다녔고 어머니 홍혜란 씨는 주말마다 딸의 기본기를 길러줬다.

홍 씨는 “힘든 농구를 관둘까봐 싫은 소리 한번 제대로 못했다. 아직 부족한 게 많다”며 겸손해 했다.

한편 숙명여고와 우승을 다툴 것으로 보이는 숭의여고의 센터 배혜윤(17)도 마산여고와 외환은행에서 선수 생활을 한 어머니(문정혜 씨)의 뒤를 이어 코트를 누비고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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