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칠영]저가 항공사 안전부터 챙겨라

  • 입력 2007년 8월 15일 02시 58분


코멘트
한성항공이 부정기 항공운송사업으로 청주∼제주 노선에 ATR 72-200을 운항한 것이 국내 저가 항공사의 시작이다. 제주도와 애경그룹이 공동 설립한 제주에어는 74인승 규모의 소형 항공기 Q-400을 도입해 제주∼김포 등 국내선을 기존 운임의 70% 수준에서 운항한다.

전북 군산시를 기반으로 하는 전북항공은 Q-100 기종을, 부산과 대구를 기반으로 하는 영남에어는 F-100 기종을 투입해 부정기 항공운송사업을 시작한 뒤 정기 항공운송사업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인천과 경북, 강원도 역시 지역 항공사 설립을 검토 중이다.

저가 항공사는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잠정적인 수요를 확보한 뒤 운영비를 줄여 요금을 낮게 책정함으로써 기존 대형 항공사와 차별화하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이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고 또 성공할 수 있는 사업임에 틀림이 없다.

외국에서 성공한 저가 항공사로는 미국의 사우스웨스트항공, 유럽의 라이언에어와 이지제트가 있다. 항공기종의 단일화, 소형 항공기 운항을 통한 유류비 절감, 단일 기종 운항에 따른 정비 비용 감축, 기내 서비스 단순화 등의 전략으로 저가 항공사는 틈새시장을 공략해 성공했다.

국내법이 요구하는 부정기 항공운송사업 승인 요건의 주요 사항은 자본금, 기술 인력인 조종사와 정비사, 항공기 대수와 능력, 예약 및 매표 시설, 대합실 등 이용객 편의 시설, 격납고 시설, 보험 가입 등이다.

항공운송사업자로 인가받고 항공기를 등록하면 정부가 항공기 안전을 관리한다. 국내 모든 민간 항공기는 전문 기술 인력의 점검을 받으면 항공기 크기나 기종, 기령에 관계없이 비행해도 된다. 하지만 저가 항공사의 잇따른 안전사고로 국민이 불안해하는 것이 사실이다.

저가 항공사라고 안전하지 못할 이유가 없고, 성공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외국 사례를 통해서도 저가 항공사의 성공 가능성은 입증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나 몇 가지 주목해야 하는 사항이 있다.

첫째, 지금과 같이 일부 지역의 수요에 의지하는 저가 항공사가 계속 생길 경우 공급 과잉이 현실로 나타난다. 네가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으로 저가 항공사가 난립하면 항공 안전에 총체적인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

둘째, 우수 인력의 수급 문제이다. 중국 항공시장의 급속한 성장과 더불어 세계적으로 조종사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는 실정이다. 저가 항공사가 우수한 조종사를 확보하기가 점점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저가 항공사는 정기 항공사에서 퇴직한 기장과 젊은 부조종사를 선발한다. 국가가 부여하는 조종사 자격증을 가진 조종사는 자질에 문제가 없다. 하지만 조종사 부족 현상이 심각해질수록 저가 항공사는 우수 조종사를 선발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이는 안전과 직결된다.

셋째, 항공기 운항 지원 시스템의 문제이다. 국토가 좁고 항공 노선의 길이가 짧은 실정을 고려해 국내 저가 항공사는 터보프롭 기종을 운용하고 있다. 저가 항공사는 주로 양대 국적 항공사에서 근무한 정비인력을 선발하는데 이들은 제트기 정비 경험은 풍부하지만 터보프롭 정비 경험은 부족하다. 안정적인 정비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저가 항공사 양산정책을 지양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이기주의에서 탈피해야 하며, 저가 항공사는 우수한 기술 인력을 양성하는 데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항공운송사업 전체에 대한 안전과 신뢰가 높아지리라고 본다.

김칠영 한국항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