權부총리 “엔 캐리 청산-외환위기 가능성” 언급 파장

  • 입력 2007년 8월 15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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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인한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되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으로 이어질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로 국제적으로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미국 등에서 일본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렇게 되면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적한 대로 주가 폭락 등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흐름이 주목된다.○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자극

정책금리가 0%대에 머물고 있는 일본의 엔화를 빌려서 금리가 높은 곳에 투자하면 앉아서 돈을 벌 수 있는 점 때문에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은 최근 몇년간 세계 곳곳의 주식 채권 등에 투자돼 왔다.

현재 일본의 정책금리는 0.5%이고 미국은 5.25%이기 때문에 금리 차만도 4.75%포인트나 된다.

이 때문에 분석가들은 엔 캐리 트레이드를 글로벌 유동성 증가와 자산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실제로 뉴질랜드 정부 채권의 70%가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등으로 무장한 외국인 소유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고 우리나라도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단기외채 형태로 유입되면서 원화가치 상승(원화 환율은 하락)의 한 원인이 됐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하반기 미국의 금리 인상 행진이 멈춘 가운데 일본의 경기 회복으로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최근에는 미국 서브프라임 부실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안전 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져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문제가 더 증폭되고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한국 경제에도 큰 충격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07년 4월 현재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규모는 약 1700억 달러로 추산됐다.

이 자금이 한꺼번에 청산돼 일본으로 되돌아가면 미국 등 다른 나라들은 주가 폭락과 금융시장 불안, 경기 침체 등의 부작용을 겪을 수밖에 없다.

국내에 들어온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규모를 정확히 추산하기는 어렵다. 산은경제연구소는 최근 2년간 국내로 유입된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을 6조7000억 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지만 엔화가 다른 나라의 통화로 바뀐 뒤 유입된 것을 고려하면 그 규모는 더 클 수도 있다.

재정경제부 당국자는 “한국은 동남아시아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유입 규모가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국제 금융시장 불안으로 주가가 출렁이는 등 간접적인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서브프라임 여파… 기아차 해외채권발행 유보▼

기아자동차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여파로 해외채권 발행이 여의치 않아 국내에서 2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기아차는 올해 6월부터 5억 달러 규모의 달러 표시 해외채권 발행을 추진해왔지만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해외채권 발행 여건이 악화되자 발행 계획을 잠정 유보했다.

이에 회사 측은 국내 자산운용사 등을 대상으로 회사채 투자 의향을 타진했고, 조만간 2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국내에서 발행하기로 했다.

기아차의 국내 회사채 발행은 올해 1월 3000억 원 이후 7개월여 만이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이 성공하면 다음 달 만기인 2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상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亞증시 위태위태… 어제 코스피 31P↓ ▼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증시가 등락을 거듭하며 불안한 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계 대형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최근 수익률이 급락한 자사(自社) 헤지펀드에 30억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14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1.37포인트(1.7%) 떨어진 1,817.89로 거래를 마쳐 하루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대만 자취안지수(―0.31%)도 하락했지만 중국 상하이종합지수(1.09%)와 일본 닛케이평균주가(0.27%)는 등락을 거듭한 끝에 소폭 올랐다.

증시 불안이 지속되면서 펀드 수탁액도 줄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급락한 10일 국내 펀드 수탁액은 266조9708억 원으로 전날보다 1조7988억 원 감소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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