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위세탁 파문' 고려대ㆍ한양대도 조사 착수

  • 입력 2007년 8월 14일 16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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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사립대에도 미인가 해외 대학의 졸업장을 갖고 석ㆍ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속칭 `학력세탁' 사례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 대학들이 자체 조사에 나섰다.

고려대는 미국 퍼시픽웨스턴대 경영학과를 나와 고려대 정책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모 금융회사 회장 A씨의 입학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대학원 위원회를 열기로 결정했다고 14일 밝혔다.

퍼시픽웨스턴대는 A씨 뿐 아니라 최근 물의를 빚은 김옥랑 동숭아트센터 대표 겸 단국대 교수가 학사 학위를 취득한 곳으로 미국 교육부가 인정하는 어떠한 학위 인증기관에도 등록돼 있지 않은 대표적인 `학위 공장(Diploma Mill)'이다.

박노형 고려대 교무처장은 "A씨가 나온 정책대학원이 이 사안을 심의하도록 조치했다. 심의 결과 A씨의 석사 학위를 취소해야한다는 결론이 나오면 총장에게 취소를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퍼시픽웨스턴대 졸업장으로 1994년 고려대 정책대학원에 입학해 1997년 이 대학 석사 학위를, 2000년 건국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각각 받았고 현재 고려대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고려대는 학위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A씨의 박사 과정 취소 여부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 처장은 "당시에는 퍼시픽웨스턴대가 `디플로마밀'이라는 인식이 전혀 없었다. 개인적으로 우리 학교에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기 때문에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지금이라도 각 대학원 위원회가 이런 문제를 심의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심사 교수들에게 주의를 환기시키겠다"고 말했다.

A씨와 마찬가지로 퍼시픽웨스턴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기업인 B씨에 대해서도 석사 학위를 수여한 한양대 경영대학원 측이 조사에 나섰다.

한양대 조지호 경영대학원장은 "그런 문제 제기가 있어 어떻게 된 일인지 내용을 알아보고 있다. 조만간 주임교수 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하고 본인에게 소명기회를 줄 생각이다"고 말했다.

한양대는 일단 B씨에게 서면으로 학위 관련 질의서를 보내고 답변 내용을 검토해본 뒤 어떤 조치를 취할지 결정할 방침이다.

이와관련 A씨 측근은 "퍼시픽웨스턴대가 일부 분교에서 학사 운영을 잘못해 엉터리 학위를 남발한 것은 맞지만 회장님은 본교에서 4년간 정상적으로 학업을 마쳤다. 이 대학 출신이라고 해서 무조건 미인증 학위 취득자로 몰아붙이는 것은 마녀사냥식 논의"라고 반박했다.

퍼시픽웨스턴대가 미국 연방 교육부 산하 고등교육인증위원회(CHEA) 인가를 받지는 못했지만 미국 캘리포니아주 사립중등후교육및직업교육국(BPPVE)에는 등록돼 있다는 점에서 학위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주장이다.

이 측근은 "실제로 퍼시픽웨스턴대를 나와 캘리포니아주 내의 상급학교로 진학하는 사례가 얼마든지 있다"며 "본인은 떳떳하게 학업을 마쳤는데 이제 와서 학위를 아예 위조한 사람들과 구분도 되지 않은 채 비난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B씨 측은 "지인의 소개로 퍼시픽웨스턴대가 통신수업으로 학위를 준다는 사실을 전해듣고 수업을 들었으며 더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에 한양대 경영대학원에 문의했는데 서류를 내보라고 해서 입학하게 된 것이다. 그쪽 학위가 문제가 된다는 것은 전혀 몰랐다"며 B씨가 선의의 피해자임을 강조했다.

미국 대부분의 주(州)는 학위를 남발하는 `학위공장'과 직업교육기관(우리나라의 `학원'에 해당) 사이의 구분을 명확히 두고 있지 않으나 텍사스, 오리건 등 9개 주는 미인증 대학에서 받은 `학위'가 진짜인 것처럼 내세우는 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빚어지는 것은 미국 연방정부가 정규·비정규 학교·학원의 운영에 직접 간섭할 수 있는 법령상 권한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다만 미국 교육부는 대학학위를 인증하는 기관에 대해서만 인정을 할 수 있도록 돼 있으며 퍼시픽웨스턴대는 미 교육부가 공인하는 인증기관 중 어디에서도 인증을 받지 못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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