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9명도 조건 없이 즉시 석방하라

  • 입력 2007년 8월 14일 07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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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된 한국 여성 김경자, 김지나 씨가 피랍 25일 만인 어제 석방됐다. 불행 중 다행이다. 그러나 이미 인질 2명이 살해됐고, 19명이 아직 인질로 남아 있어 기뻐할 여유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정부 대표단이 탈레반과 대면 협상을 하고 있는 가운데 2명이 석방된 것은 상황이 아주 절망적이지만은 않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 나머지 19명도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과 하루 빨리 재회할 수 있게 되기를 빈다.

석방된 2명은 석방 결정과 보류, 연기가 거듭되는 우여곡절 끝에 풀려났다. 이런 과정 자체가 향후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탈레반의 전략일 수 있다. 그렇다면 나머지 인질 석방에는 더 까다로운 조건을 붙일 가능성도 높다. 정부는 탈레반의 의도를 면밀히 분석해 유연한 협상전략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부 인질의 석방에는 국민적 관심과 국제적 성원이 큰 힘이 됐다. 시시각각 전해 오는 인질 관련 소식에 온 국민이 촉각을 곤두세웠다. “요구 조건을 들어주지 않으면 인질들을 살해하겠다”는 탈레반의 협박에 자신의 일처럼 가슴 졸이며 피랍자들의 무사 귀환을 빌었다. 피랍자 가족들도 의연한 자세를 잃지 않고 정부에 협조했다. 일부 좌파세력이 이번 피랍사건을 반미(反美) 감정 확산의 기회로 이용하려 했으나 절대 다수 국민의 반발과 분노 앞에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아프간 가즈니 주 주민 1000여 명은 목숨을 걸고 현지에서 한국인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국내의 무슬림들도 석방 노력에 동참했다. 미국과 아프간 정부도 음으로 양으로 애썼다. 모두가 지구촌의 한 가족으로 휴머니즘의 진면목을 보여 주었다. 이에 대해 두고두고 고마워해야 한다.

정부와 국민이 합심해 남은 19명의 인질도 모두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 민간인을 납치해 자신들의 정치 군사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탈레반의 소행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평화와 관용을 제1의 덕목으로 삼는 이슬람 정신에도 위배된다. 탈레반은 세계인의 호소를 들어야 한다. 19명의 피랍자를 인도주의 정신에 따라 무조건 즉시 석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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