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 지뢰’ 서브프라임…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몰라

  • 입력 2007년 8월 14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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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태 왜 오래가나

국내외 금융시장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파문에 따른 충격에서 일단 벗어나긴 했지만 이번 사태의 여파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금융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 이유는 우선 이번 파동이 금융시장에서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을 증폭시켜 심리적인 ‘패닉’ 상태를 불렀기 때문이다.

사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최대 손실 추정 금액은 1190억 달러로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세계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여파로 어떤 금융회사에 언제 어느 정도의 부실이 터질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모기지를 자산으로 만든 자산담보부채권(CDO)을 사간 금융기관이나 투자자들이 각국에 퍼져 있고 상품 특성상 누가 얼마를 들고 있는지조차 파악이 안 된다.

이미 2월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회사들의 부실이 드러났지만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의 헤지펀드가 타격을 입은 것을 발표한 것은 6월 중순일 정도로 ‘숨겨진 지뢰’가 많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골드만삭스와 메릴린치 등 투자은행에 대해 서브프라임 관련 투자손실을 제대로 평가했는지를 조사하는 것도 이런 불확실성을 해소시키기 위해서다.

또 금융시장의 패닉은 금융자산의 거래를 실종시키면서 자산 가치를 산정할 수 없는 악순환을 불러오고 있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첨단 복합금융상품인 CDO에서 시작됐다.

CDO는 대출 채권 등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유동화 채권이다. 투자은행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업체로부터 대출을 산 뒤 리스크(위험)를 줄이기 위해 이 대출채권을 재구성하고 구조화해서 CDO를 만들었다. 세계의 투자은행, 상업은행, 헤지펀드, 연기금 펀드는 각자의 리스크 성향에 따라 CDO를 사들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3일자 기사에서 “한곳에 몰린 리스크를 여러 섹터에 뿌리기 위해, 즉 리스크를 분산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첨단 금융상품이 오히려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새로운 무질서’가 나타났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여기에다 헤지펀드나 투자금융회사들이 CDO에 각종 파생상품까지 결합시킨 상품을 재판매하면서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금융의 첨단화와 세계화가 문제를 더욱 꼬이게 만든 것.

박동순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장은 “파생금융상품은 거래가 적고 암암리에 이뤄지기 때문에 가격과 거래량도 시장에 알려지지 않는다”며 “감독당국이 파생상품을 통제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펀드 자본주의의 총아 헤지펀드도 파장을 증폭시켰다. 헤지펀드는 투자 내용을 공개하지 않을뿐더러 보유한 CDO를 담보로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아 다시 CDO를 투자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레버리지 효과를 극대화했다.

실제로 베어스턴스의 한 헤지펀드는 20억 달러의 자산을 담보로 200억 달러를 만들어 운용하다가 청산 위기에 직면했다.

하준경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문가들도 이해하기 힘든 첨단금융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금융시장이 세계화되면서 금융시장이 누구도 통제하기 힘든 상태로 가고 있다”며 “한국도 이런 방향으로 가는 만큼 감독당국은 물론 기관투자가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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