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자-김지나씨, 마중나온 적신월사 관계자 보자 왈칵 울음

  • 동아일보
  • 입력 2007년 8월 14일 03시 02분


“네, 저희는 한국인입니다. 둘이 있습니다. 저희는 괜찮습니다(We are OK).”

탈레반의 손길에서 벗어나기 직전 AFP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김지나 씨와 김경자 씨는 가장 먼저 이같이 자신들의 상태를 전했다.

13일 오후 모래 먼지가 날리는 가즈니 주의 한 도로 위. 짙은 회색의 도요타 코롤라 승용차에서 내린 두 사람은 대기하고 있던 아프가니스탄 적신월사 관계자들을 본 순간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카키색 바지에 무릎까지 내려오는 아프간 전통 상의, 가방을 둘러멘 차림이었다.

이들은 머리를 덮고 있던 히잡으로 얼굴을 감싼 채 흐느끼며 적신월사 차량으로 갈아탔다. 기자들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은 채 곧바로 차량에 올랐다. 몹시 지친 표정이었지만 부축을 받지 않고 걸어서 이동하는 모습이 외신들의 카메라에 잡혔다.

두 사람은 바그람 미군기지로 이동한 뒤 신원 확인과 검문 절차를 거쳐 한국 측에 인도됐다. 건강 악화설이 돌았던 만큼 곧바로 건강진단 등 필요한 조치가 진행됐다.

정부 당국자는 이들의 상태에 대해 “걸을 수 있는 정도여서 외관상으로는 건강에 무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때 탈레반 측이 “부축 없이는 걸을 수도 없는 상태다. 이대로 두면 병사할지도 모른다”고 위협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탈레반이 이들을 첫 석방 대상자로 선택한 이유가 꼭 건강문제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특히 두 사람이 살해당한 심성민 씨와 같은 그룹에 억류돼 있었다는 점은 그런 추정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다.

고 배형규 목사에 이어 심 씨가 두 번째 희생자가 됐을 때 언론은 ‘큰 도시와 가까운 가즈니 주 안다르 지역에 잡혀 있어 처형 및 시신 유기가 쉬웠다’는 점을 심 씨가 희생된 이유의 하나로 들었다. 김지나 씨의 육성이 사건 초기 일본 NHK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공개됐을 때도 ‘지리적인 근접성’이 지적됐다.

두 김 씨의 우선적인 석방이 건강상태를 염두에 둔 ‘호의적인 제스처’만은 아니라면 실제 석방 결정의 배경은 무엇일까. 남아 있는 19명의 인질 석방 협상을 앞두고 다시 한번 짚어봐야 할 점이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김경자(37) 씨는 “아프고 헐벗은 이들을 돕겠다”며 아프간행을 택했다.

벤처기업에 다니는 김 씨는 매년 여름 휴가철이면 봉사활동을 했고 지난해에도 한 달간 두바이로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사회복지학 대학원을 준비할 정도로 어려운 사람에 대한 관심도 남달랐다. 책임감이 강해 봉사단에서 ‘맏언니’처럼 다른 멤버들을 성심껏 챙겼다.

하지만 김 씨의 가족들은 김 씨가 풀려나기 전까지 애를 태워야 했다. 가족들은 피랍자 명단에서 이름을 확인한 뒤에야 그가 아프간으로 떠난 사실을 알았다.

납치된 뒤에도 김 씨 소식은 거의 들리지 않아 가족들은 노심초사했다. 함께 억류된 김지나(32), 이지영(36) 씨 육성이 공개되는 동안에도 김 씨의 소식은 없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어린이 교육-의료지원 활동

○ 김지나 씨

김지나(32) 씨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어린이들의 교육과 의료지원 활동을 맡았다.

숙명여대에서 아동심리를 공부한 김 씨는 3D애니메이션 회사를 다녔다. 전문대 강의와 대학원 공부를 병행하는 바쁜 중에도 아프간을 찾을 정도로 봉사활동에 적극적이었다.

특히 어린이들과 어울리고, 가르치는 것을 좋아했으며 교회에서도 성경공부 소모임 리더와 방송 업무를 맡았다.

하지만 평소 건강이 좋지 않아 몸이 안 좋은 인질들의 조기 석방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첫 번째 대상자로 꼽혔다. 김 씨는 허리 통증 때문에 약을 먹고 있었고 출국 전에는 응급치료까지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아프간으로 떠나기 전 자신의 미니홈피에 “몸이 안 좋은 가운데 떠납니다. 팀원에게 짐이 되지 않길 바란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성남=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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