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악의 축’표현 표절 논란

  • 입력 2007년 8월 1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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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축(axis of evil)’.

‘우리는 전쟁 중이야(We are at war).’

‘따뜻한 보수주의(compassionate conservative·약자와 소외계층에게 따뜻한 관심을 베푸는 보수주의)’….

조시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01년 취임 이래 말실수도 많이 했지만 위에 예로 든 표현처럼 세계인의 뇌리에 각인될 말도 여럿 남겼다.

그런데 임기 말로 접어드는 징후의 하나일까. 전직 백악관 공보비서 사이에서 “그 표현은 내가 만든 것”이라는 공(功) 다툼이 일고 있다.

1999∼2004년 백악관 연설문 작성 비서로 일했던 매튜 스컬리 씨는 시사잡지 애틀랜틱 9월호 기고문에서 자신의 상관이었던 마이클 거슨(사진) 전 백악관 연설문 작성팀장을 신랄히 비난했다.

거슨 씨는 1960년대 초반 존 F 케네디 대통령 시절의 시어도어 소렌센 이래 최고 연설문 작성가로 평가받는 인물. 그는 1999∼2006년 백악관 연설문 작성을 담당하면서 “‘언어의 장인(匠人)’인 동시에 세계의 관심을 에이즈와 학살로 고통받는 아프리카인들에게 돌리는 데 횃불을 든 보수주의 이론가(워싱턴포스트 표현)”로 평가받았다. 그는 다음 달에 ‘영웅적 보수주의’란 회고록을 내놓을 예정이다.

그러나 스컬리 씨는 “9·11테러 이후 주요 표현 가운데 거슨 씨가 실제로 만든 것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거슨 씨는 마치 자신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처럼 언론플레이를 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을 뿐이라는 것.

예를 들어 자신이 연두교서를 끙끙대며 쓰고 있을 때 그는 커피숍으로 방송 카메라를 불러서 연설문을 다듬고 있는 모습을 연출했다고 스컬리 씨는 말했다.

스컬리 씨는 부시 대통령이 2002년 연두교서에서 북한 이란 이라크 등 3개국을 겨냥해 사용한 ‘악의 축’ 표현에 대해서도 일정한 부분의 저작권을 주장했다.

이 표현은 당시 또 다른 연설문 작성 비서였던 데이비드 프럼 씨가 ‘증오의 축(Axis of hatred)’이라고 초고에 쓴 것을 부시 대통령이 ‘악의 축’으로 바꾼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스컬리 씨는 ‘증오’ 대신 ‘악’이란 표현을 넣은 것은 자신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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