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전사 가슴에 평화를 심어라”

  • 입력 2007년 8월 1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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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열린 한 시위에 AK-47 소총을 든 채 참가한 소년. 이런 소년 전사들을 다시 건전한 10대 청소년으로 교화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이 최근 이라크 내 수용소에서 가동 중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2004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열린 한 시위에 AK-47 소총을 든 채 참가한 소년. 이런 소년 전사들을 다시 건전한 10대 청소년으로 교화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이 최근 이라크 내 수용소에서 가동 중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17세의 이라크 소년 압둘라 군은 멍하니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그 앞에 선 교사는 걸프전쟁을 예로 들며 왜 남을 약탈하고 사람을 죽이는 것이 나쁜지 열정적으로 설명한다. 압둘라 군과 다른 소년 9명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지만 표정은 여전히 시큰둥하다.

13일 뉴스위크 최신호가 묘사한 캠프 크로퍼 내의 수업 장면이다. 언뜻 학교처럼 묘사된 이곳은 한때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이 갇혀 있었던 이라크 바그다드 내 수용소.

여기에 갇혀 있는 수감자 3800여 명 중 747명이 10대 청소년이다. 미군이나 이라크인을 살해한 혐의로 잡혀 온 소년이 있는가 하면 통행금지 위반 등 사소한 법규 위반자도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이슬람 무장세력의 ‘지하드(성전) 정신’에 세뇌된 ‘소년 전사’라는 점.

캠프 크로퍼 측은 2개월 전부터 이들을 다시 건전한 청소년으로 돌리기 위한 교화 프로그램, 즉 세뇌 치유 교육을 시작했다. 이를 위해 심리치료사와 컨설팅 전문가, 종교 지도자들이 동원됐다. 코란과 각종 참고서를 이용해 참된 이슬람 정신을 가르치는 것이 1단계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성직자 셰이흐 압둘 자바르 씨는 “아이들을 그대로 두면 모두 수용소 밖으로 나가 자살폭탄 테러범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캠프 크로퍼의 더글러스 스톤 소장도 “이들의 알카에다 사상을 지우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수감된 10대의 85%는 수니파다. 어른들의 종파 갈등에 덩달아 물든 이들은 시아파 아이들과는 말을 하지도 어울리지도 않는다. 함께 참여하는 게임이나 공동 수업도 완강히 거부한다. 공통점이라고는 ‘해리 포터’ 시리즈를 좋아한다는 정도일 뿐이다.

최근 이라크가 아시안컵 축구대회에서 우승했을 때도 반응이 극명히 갈렸다. 시아파 10대 소년들은 기뻐 날뛴 반면 일부 수니파 소년은 “국가대표팀 선수의 대부분이 시아파”라는 이유로 TV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공격적인 성향도 교사들을 당황하게 한다. 프로그램 진행자들에게 수시로 거친 욕설을 하거나 바지 고무줄로 만든 새총으로 상대를 위협하는 일이 허다하다는 것이다. 거친 몸싸움도 수시로 벌어진다.

하지만 자바르 씨는 “주변 사람을 대하는 아이들의 태도를 보면 희망적인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며 “전 세계에 진정한 이슬람의 정신이 무엇인지 보여 주기 위해서라도 교화 프로그램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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