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수진]범여권의 정상회담 ‘숟가락’ 끼워넣기

  • 입력 2007년 8월 1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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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 계획이 발표된 뒤 이에 편승하려는 범여권 인사들의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청와대마저 이들의 발언 때문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범여권 대선주자는 물론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나서 영토주권 문제가 걸려 있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재설정 문제를 정상회담에서 다뤄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경쟁적으로 쏟아 내고 있기 때문이다.

김 전 대통령은 12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자택으로 찾아온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만나 “핵 문제는 6자회담의 몫이다. 핵 문제가 안 풀렸다고 해서 정상회담의 다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은 노무현 대통령을 도와주기 위해 한 것 같지만 비판 여론을 불러왔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9일 대선 출마 선언식에서 “이제 남북 화해와 교류 증대에 큰 기여를 해 온 햇볕정책을 창조적으로 발전시키는 대북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해찬 전 총리는 12일 “남북한이 합의를 통해 NLL 일부를 포함한 한강, 임진강 지역에 서해안 평화공동수역을 조성하면 공동 어로작업이 이뤄져 우발적 군사 충돌을 막고 모래 채취 등 경제성 있는 사업도 벌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NLL 문제를) 당연히 거론해야 한다”며 “이제는 창조적 사고를 통해 그동안 우리 발목을 잡고 있던 문제들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13일 브리핑에서 “남북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해 여러 가지 주문과 제안이 있는데 어느 정파든 역사에 대한 진실성을 가지고 제안해야 할 것”이라며 정략적인 제안과 주문을 경계했다. 그는 10일에도 “정치하는 분들이 손익 계산을 앞세우면서 회담에 대해 신중하지 못하거나 또는 과도한 주문을 통해 부담을 크게 지우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의 경고는 정상회담을 ‘대선 이벤트’라고 비판하고 있는 한나라당보다는 범여권 인사들을 겨냥한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범여권 인사들이 진정 남북관계의 진전을 원한다면 대선을 겨냥해 ‘차려 놓은 밥상에 숟가락 얹기’식 발언 경쟁을 하기보다 차분히 지켜보며 정부 협상단을 응원하는 게 낫지 않을까.

조수진 정치부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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