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마해영, 터지지 않는 ‘馬砲’ 녹슬지 않은 자존심

  • 입력 2007년 8월 1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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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끝낼 순 없죠. 명예회복을 하고 싶습니다.”

비가 내리던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카페. 어렵사리 연락이 닿은 마해영(37·LG·사진)을 만났다.

마해영은 1995년 프로야구 롯데에 입단한 프랜차이즈(연고지) 스타였고 2001년 삼성으로 트레이드된 뒤에도 3년 연속 30홈런 이상을 날린 거포였다.

2004년 자유계약선수가 된 마해영은 KIA를 거쳐 지난해 LG로 트레이드됐고 요즘 2군에 있다. 4월 23일 2군에 내려온 지 4개월째. 2군에서도 그는 일주일에 1, 2경기에 출전하는 게 전부다. 그렇지만 마해영은 매일 뛰며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 언제든 1군 경기에 나설 준비를 하는 것이다.

○“기다리지 않는 구단… 쫓기듯 야구해”

올 시즌 1군 11경기에 출전해 28타수 2안타 1홈런에 타율 0.071. 그의 프로통산 타율 0.295에 1598안타, 258홈런, 995타점에 비하면 너무나 초라한 성적표다.

마해영은 그동안의 부진을 인정했다. 하지만 ‘한물갔다’는 평가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2005년 KIA에서 총 126경기 가운데 94경기, 지난해 LG에서는 80경기만 1군에서 뛰면서 제 실력을 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삼성 시절 김응룡 감독님은 제가 한 달 동안 안타 1개를 쳐도 경기에 출전시켰어요. 저를 믿어준 거죠. 하지만 지난해 LG에서 하반기 내내 2군에 있었어요. 제 컨디션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마해영은 올해 초 전지훈련에서 김용달 타격코치에게서 예전의 타격이 나온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올 시즌 초반에도 그의 타격은 침묵했다. 마해영은 “쫓기듯 야구를 하다 보니 스윙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조금만 더 시간을 주면 잘할 수 있었는데 구단은 기다려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명예회복 후 떠나겠다”

마해영은 올 시즌을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 기간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내년에 보류선수 명단에 들지 않으면 연봉(올해 4억 원)을 크게 낮춰서라도 현역으로 뛰길 원했다.

“돈에는 연연하지 않습니다. 어느 팀이든 1년 계약을 해서 한 시즌 제대로 뛰어본 뒤 저를 평가받고 싶어요. 그때도 안 되면 미련 없이 은퇴해야죠.”

마해영은 배트 스피드를 빠르게 하기 위해 방망이 무게를 950g에서 800g대로 줄였다. 웨이트트레이닝을 꾸준히 한 덕분에 몸무게도 전성기 때의 95kg을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 한해 한해를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뛸 것이라는 마해영. 그는 지하철로 경기 구리 경기장을 오가며 팬들에게서 사인 요청을 받을 땐 “고마우면서도 미안하다”고 했다.

“그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죠. 지난해는 부진했는데도 올스타로 뽑아 줬고요. 내년에 꼭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고 야구를 마무리하고 싶어요.”

한편 LG 김연중 단장은 마해영의 내년 재계약과 관련해 “올 시즌이 끝나 봐야 (보류선수 명단에 들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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