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한숨, 저도 알고 있었어요”

  • 입력 2007년 8월 1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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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기 ‘삼성-동아일보 열린장학금’ 장학생으로 선발된 김도영 유예림 김동오 이설 학생(왼쪽부터)은 “열린장학금 덕분에 학비 걱정 없이 학업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며 “지금은 형편이 어렵지만 꿈을 갖고 열심히 공부해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김재명 기자
제4기 ‘삼성-동아일보 열린장학금’ 장학생으로 선발된 김도영 유예림 김동오 이설 학생(왼쪽부터)은 “열린장학금 덕분에 학비 걱정 없이 학업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며 “지금은 형편이 어렵지만 꿈을 갖고 열심히 공부해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김재명 기자
“숱한 고생으로 주름살이 늘어 당신의 나이보다 더 늙어 보이는 어머니께, 힘든 일로 건강이 나빠지셨어도 딸을 위해 웃음을 잃지 않는 어머니께 ‘열린장학금’으로 힘을 보태 드리고 싶습니다.”

김도영(17·경기 고양외국어고 2년) 양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삼성-동아일보 열린장학금’을 받게 됐다. 지난해 7월 열린장학금 수상자로 선정돼 1년간 학비 지원을 받았지만 형편이 나아지지 않아 다시 한 번 용기를 내 지원했다. 또 받을 수 있을까 가슴을 졸였지만 어머니를 위한 김 양의 갸륵한 마음이 심사위원들을 움직였다.

12년 전 조그만 신발 공장을 경영하던 아버지가 화재 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뜬 뒤 어머니와 어린 김 양에게 남겨진 것은 빚뿐이었다. 이때부터 어머니는 새벽에 우유와 신문을 배달하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이삿짐센터에서 짐을 나르고 공공근로자로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기도 했다.

“엄마가 어떻게든 학교를 보내 줄 테니 너는 공부나 열심히 해.”

어려운 형편인 줄 알면서도 외고에 가고 싶다는 딸을 위해 어머니는 허리띠를 졸라맸다. 그러나 월수입이 100만 원인 가정에서 한 해 400만 원이 넘는 학비와 교통비, 급식비는 큰 부담이었다.

남들은 학원에 다니느라 녹초가 된다고 불평하지만 김 양은 학원은 엄두도 못 낸다. 학교 공부와 EBS 강의만 들으면서 우수 학생이 많은 외고에서 중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김 양은 “다른 아이들에게 기죽지 말라며 형편에 비해 많은 것을 누리게 해 준 어머니와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게 도와준 열린장학금에 감사드린다”며 “더 노력해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서울 휘경여고 1학년 유예림(16) 양도 어렵게 생계를 꾸려가는 홀어머니를 위해 열린장학금을 신청했다. 지난해 5월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신 뒤 집안 형편이 크게 기울었다.

아버지의 병간호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었던 어머니는 다시 본보기 옷을 만드는 공장에 다니며 유 양과 오빠의 공부를 뒷바라지하고 있다. 재수생인 오빠의 학원비와 김 양의 학비, 급식비로 한 달에 100만 원 이상 들어가지만 어머니의 월급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유 양은 “얼마 전 어머니가 세금 고지서와 각종 영수증을 들고 멍하니 앉아 계신 걸 보고 눈물이 났다”며 “장학금을 받아 엄마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 드리게 돼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주말마다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진작가의 꿈을 키워 가는 김동오(17·서울 인덕공고 2년) 군과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컴퓨터그래픽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 이설(18·서울 동일여자전산디자인고) 양도 “이젠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다”며 활짝 웃었다.

삼성사회봉사단과 동아일보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청소년진흥센터가 주관하는 ‘삼성-동아일보 열린장학금’은 13일 삼성사회봉사단 홈페이지(www.samsunglove.co.kr)를 통해 제4기 장학생 2958명의 명단을 발표한다.

열린장학금은 집안 형편이 어렵지만 학업 의지가 뚜렷한 중고교생들의 학비를 지원하기 위해 2004년부터 학교장 및 본인 추천으로 해마다 3000명 정도씩 선발해 왔다. 분기별로 1인당 25만∼130만 원씩의 수업료 및 학교운영회비를 1년에 4번 지원하며 지금까지 1만1736명이 혜택을 받았다. 올해는 모두 60여억 원을 지원하며 장학증서는 이달 중 학교장을 통해 전달한다.

삼성사회봉사단 민경춘 전무는 “학비가 없어 학업을 중단하는 안타까운 일이 없어야 한다는 ‘교육 구호(救護)’의 뜻이 담겨 있다”며 “이들이 서로 돕고 베풀 줄 아는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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