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한 문제 쌓였는데…일정 바빠 사전준비 차질 우려

  • 입력 2007년 8월 1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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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추진위 1차 회의12일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추진위원회 1차 회의에 앞서 백종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 이재정 통일부 장관(왼쪽부터)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경제 기자
정상회담 추진위 1차 회의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추진위원회 1차 회의에 앞서 백종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 이재정 통일부 장관(왼쪽부터)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경제 기자
북한이 12일 제2차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한 남한의 ‘13일 실무접촉’ 제안을 거부해 사전 조율이 지연됐다.

정부는 단순한 ‘일정 조정’ 과정이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정상회담이 보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준비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왜 거부했을까=김남식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북한이 ‘13일 실무접촉’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에 대해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북한이 (거부) 배경을 설명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상회담에 합의해 발표까지 한 상태이기 때문에 실무접촉이 하루 이틀 늦어진다고 해도 문제될 것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2000년 6월 제1차 정상회담 당시 북한은 남한의 실무접촉 제안을 곧바로 받아들인 뒤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게다가 실무접촉에서 △정상회담 의제 △대표단 구성 △회담 일시와 형식 △회담 횟수 등 핵심 사항들을 논의하려면 시간이 촉박하다는 견해가 많다. 1차 정상회담 때는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과 북측 통일각에서 5차례의 실무접촉이 열렸다.

그런데도 북한은 왜 남한의 실무접촉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먼저 남한이 제안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상회담 의제나 방북 경로 등에 대해 내부적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12일 실무단과 취재진의 명단부터 보내라고 요청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정부가 실무접촉에서 제안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의선 철도 방북’ 문제에 대해 북한 내부적으로 의견이 정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정상회담을 남한이 제안하고 북한에서 받아들인 점을 감안하면 북한의 이번 행동은 정상회담에서 최대한 이익을 거두려는 전략일 수도 있다. 정상회담에서 ‘최대한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마음이 급한 남한과 달리 북한은 별로 급할 이유가 없다는 것.

정상회담과 맞물려 논란이 일고 있는 한미 연례 군사훈련인 ‘을지포커스렌즈(UFL) 연습’에 대한 남한의 강행 방침이 북한을 자극했다는 견해도 있다. 북한은 10일 성명을 통해 UFL 연습 계획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상회담 준비 차질 없나=북한이 실무접촉 개최 일자를 13일 남한에 알려주겠다고 했기 때문에 빨라도 14일 이후에나 실무접촉이 열릴 수 있다. 28일 시작되는 정상회담까지는 14일 밖에 남지 않은 것.

정부의 한 당국자는 “성급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실무접촉은 두세 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1차 정상회담 때 5차례의 실무접촉을 했던 것과 비교해 볼 때 충분한 사전 준비가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정상회담 의제에 대한 사전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뚜렷한 회담 성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

실제 미국이나 일본 등과 정상회담을 할 때는 실무접촉을 통한 사전 조율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한 외교 소식통은 “정상회담의 성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의제를 조율하고 경호나 의전 문제 등을 논의하는 데 적어도 한 달은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사전 조율은 주로 문서나 전화로 수시로 이뤄지며 실무단이 직접 만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부는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1차 정상회담 때 통신, 보도, 의전, 경호 등 실무적인 사안에 대해 남북한이 합의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이번 실무협의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통일부의 한 관계자는 “(정상회담) 경험이 있기 때문에 (준비에) 시간이 부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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