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세상/박경미]수학 - 과학 ‘특별대우’ 필요하다

  • 입력 2007년 8월 1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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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소식 두 가지가 한국의 수학과 과학교육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한다. 첫 번째는 미국 의회가 수학과 과학 연구와 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미국경쟁력제고법(America Competes Act)을 2일 압도적인 표 차로 통과시켰다는 뉴스이다. 미국은 앞으로 3년 동안 상당한 예산을 투자해 수학 과학 공학의 교육수준을 업그레이드하고 이를 담당할 교사 교육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다.

두 번째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2002년 읽기와 수학교육 강화를 골자로 하는 낙제학생방지법(No Child Left Behind Act)을 제정한 이래 학생 시간표에 큰 변화가 생겼다는 뉴스다. 전국 349개 학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전체 수업시간을 늘리고 점심시간을 줄이면서 영어와 수학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 학구의 비율이 높았다.

한국으로 돌아가 보자. 학습자에게 과목 선택권을 부여한 제7차 교육과정에서 과학은 외면 받고 있으며, 새로 발표된 개정안 역시 과학을 홀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과학 학력 저하현상이 심해지고 이는 국가 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심각하게 제기된다.

물론 반론도 있다. 국가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만한 과학적 성과는 최상위권의 학생에 의해 이뤄지고 그런 영재는 과학고를 통해 심화된 과학교육을 받으며, 그 외의 범재들이 과학 공부를 더 한다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논리다.

하지만 좀 더 숙고해 보면 역시 과학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과학고에 입학하는 학생은 극소수이며, 이들 역시 진정한 의미의 과학적 탐구보다는 일찍부터 올림피아드를 겨냥하여 훈련받은 ‘만들어진’ 영재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다수의 학생에게 과학학습 기회를 제공해 과학의 저변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교육과정에서 한 교과의 비중을 늘리면 어느 교과는 줄여야 하므로 교육과정 개정은 일종의 제로섬 게임이다. 각 교과는 나름대로의 가치와 정당화 논리를 갖는다. 동북공정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역사 교육과 모국어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과학적 합리성과 짝을 이루는 인문학적 상상력도 중요하다.

그런 것들을 균형 있게 안배해야 하는 교육과정에서 수학과 과학만 특별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가 불공평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공계 교육의 강화는 국가의 흥망이 달린 문제라고 할 만큼 절실하다.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은 앞 글자를 따면 ‘줄기’를 뜻하는 STEM이 되는 것처럼 이 네 가지는 국가경쟁력의 근간을 이룬다.

정책적인 측면에서 과학교육에 대한 지원과 더불어 대학과 과학계의 노력도 필요하다. 대학입시 경쟁률을 높이기 위해 인문계 학생이 자연계로 지원하는 교차지원을 허용하고 미적분을 포함하는 수리 ‘가’형뿐 아니라 ‘나’형도 수용하는 것은 수학과 과학 교육을 약화시킨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반성의 여지가 있다.

물론 많은 사람에게 여전히 과학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교과’이고, ‘그들만의 학문’이다. 영재에게는 수준 높은 지식을 가르치더라도 일반 학생에게는 좀 더 친절한 교과로 변신하고 과학이 대중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과학 교과가 시대에 뒤떨어진 내용으로 채워진 점도 개선을 요하는 부분이다.

수학과 과학 지식은 그 자체로 중요하지만 습득 과정을 통해 길러지는 논리적 사고력이나 엄정한 추론 방법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능력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수학과 과학교육의 강화는 선택이 아니라 거스를 수 없는 도도한 대세라고 할 수 있다.

박경미 홍익대 교수·수학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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