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의 인질석방 혼선은 협상전략"

  • 입력 2007년 8월 12일 20시 03분


코멘트
아프가니스탄 무장세력인 탈레반이 한국인 인질 21명 가운데 아픈 여성 2명을 우선 석방키로 한 것에 대해 파키스탄의 탈레반 전문가는 향후 협상에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라고 풀이했다.

파키스탄의 비영리 민간 싱크탱크인 정책연구소(IPS)의 이르판 샤흐자드 책임연구원은 12일 전화통화에서 탈레반의 여성인질 석방 결정은 나머지 인질들을 풀어주는 문제를 협상을 통해 해결하자는 뜻을 아프간 정부에 전달하기 위한 것 이라며 이같이 분석했다.

샤흐자드 연구원은 "이슬람권에서 여성 인질을 붙잡고 있는데 따른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며 이슬람 원리주의를 주창하는 탈레반이 아프고 연약한 여성인질들을 풀어줌으로써 무슬림 사회의 비난 여론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탈레반은 몸이 아픈 인질들을 관리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라며 이번 석방 결정은 그런 부담을 털어내기 위한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성 인질 2명의 석방시기를 놓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샤흐자드 연구원은 석방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탈레반 내부의 의견 차 때문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탈레반의 조직체계는 그동안 수많은 게릴라 항쟁을 거치면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유기적으로 잘 짜여 있다"며 석방 시기를 놓고 엇갈린 얘기가 나오는 것을 일종의 전술로 해석해야지, 석방을 결정한 지도부와 인질을 억류한 하급 조직 간의 불화 때문으로 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 탈레반은 향후 협상에서도 계속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전술을 구사할 것이라며 인질 2명을 풀어주는 순간까지 협상의 직.간접 상대가 되는 한국 정부와 아프간 정부를 압박하겠다는 탈레반의 의지가 읽힌다고 말했다.

그는 탈레반이 여성 인질 2명을 석방하는 것이 '호의의 제스처'이자 '한국에 주는 선물'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한국이 받을 선물은 인질의 전원 석방"이라고 전제한 뒤 탈레반은 자신들이 미국이 주장하는 것처럼 테러조직이 아니라는 점을 전 세계에 알리는 치밀한 홍보작전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탈레반이 동료 수감자 23명을 석방하라는 요구 수준을 낮출 수는 있지만 이를 철회할 가능성은 없다며 아프간 정부나 미국이 이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협상은 더 어렵게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탈레반은 한국 정부 대표단과의 대면접촉을 통해 자신들이 국가를 상대로 협상할 수 있는 합법적인 주체로 인정받는 성과를 올렸다며 이를 발판 삼아 한국 정부와의 지속적 협상을 추구하면서 자신들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아프간 정부와 미국을 압박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런 이유로 탈레반이 나머지 인질들을 섣불리 죽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탈레반은 향후 협상에서 동료 수감자 석방 요구를 고수할 것이고 아프간 정부와 미국은 이 요구에 굴복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인질을 구하려는 한국 정부와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려는 탈레반 간의 지루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 연합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