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내부갈등인가 의도적 혼선인가

  • 입력 2007년 8월 12일 20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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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인질을 억류중인 탈레반 세력이 11일 여성 인질 2명을 석방키로 했다가 일단 보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질 석방을 둘러싼 탈레반의 혼선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탈레반 세력은 이미 지난달 26일에도 인질 8명을 석방하려 했다가 이를 번복하고 강경으로 되돌아간 적이 있어 지도부 내부에서 강온파간 대립에 따른 혼선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가 인질 2명의 석방 보도가 나온 시점에서도 실제 석방이 이뤄지기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한 점도 이 같은 현지 분위기에 따른 협상의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 내부 강온 대립 따른 혼선 = 탈레반 지도부 내부의 혼선은 인질 석방이 알려진 뒤 이를 번복하는 과정에서 일차적으로 감지되고 있다.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진 연합뉴스와의 간접통화에서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처음에는 인질 석방 계획이 취소됐다고 밝혔다가 다시 "여성인질 2명을 선(先) 석방한다는 기본 결정은 바뀌지 않았지만 석방 시기가 확정되지 않은 것"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이 같은 입장 번복은 우선 지도자위원회의 결정과 인질을 실제 억류한 조직 간의 이견으로 인한 혼선의 결과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현지 사정에 정통한 아프간 소식통은 "종종 지역 탈레반 조직이 지도자위원회의 결정을 따르지 않을 때가 있다"며 "인질을 억류한 지역조직의 반발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아마디는 전날에도 인질 2명을 아프간 내 적신월사에 넘겼다고 말했다가 다시 석방 계획이 있다고 말을 바꿔 내부 입장차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이처럼 탈레반 지도부 내부의 혼선이 잇따라 부각됨에 따라 아프간 정부와 미국, 한국정부가 얽힌 협상 상황이 더욱 복잡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서 지난달 26일 8명의 인질 석방 보도가 나온 시점 이후 아랍계 알자리라 방송의 4명 인질 석방 합의 등 보도가 이어졌으나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탈레반 측 협상전술 가능성 = 일부 인질석방 보도가 끊이지 않는 것은 미국과 아프간 정부의 수감자 석방 불가라는 강경 방침 고수에 대응해 협상국면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탈레반 세력의 협상전술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있다.

협상시한 연장과 일부 인질 살해 등으로 이 문제를 국제문제화 하는데 성공했던 탈레반이 한국 측과의 협상 과정에서 긴장감을 더욱 높이고 특히 협상국면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내부 혼선이 있는 것처럼 비춰지게 했다는 설명이다.

그간의 인질석방 보도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것이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밖에 아픈 여성인질 2명이 석방 대상자 선정과 관련해 자신들만이 아닌 인질 전체를 원하면서 탈레반의 결정에 응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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