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파장 막자" 정부 대응고심

  • 입력 2007년 8월 12일 15시 24분


코멘트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인한 신용경색 사태가 국제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한국 경제도 직접적인 영향권 아래 놓이게 됐다.

정부는 10일 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 한국은행,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들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긴급회의를 개최한데 이어 13일에는 금융정책협의회를 열고대응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정부는 국내 금융기관이 보유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채권의 규모가 미미하고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고 있어 사태가 악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심리적 요인으로 인해 국내 금융 실물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확대될 경우에는 즉각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필요시 즉각 조치, 선제적 대응도 강구"=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해 국내외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파장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정부는 10일 오후 한국투자공사(KIC) 회의실에서 임영록 재정경제부 제2차관 주재로 금감위. 한국은행 관계자, 우리은행.농협.흥국생명 등 1.2금융권 관계자들을 불러 긴급회의를 개최했다. 13일 오전에는 은행회관에서 김석동 재경부 제1차관 주재로 금융정책협의회를 연다.

10일 회의에서 정부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관련해 국내 금융기관의 채권 보유 현황, 국제 금융시장 동향 등을 점검했다. 13일 회의에서는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는 국내 금융기관들이 보유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채권 규모가 미미하다는 점에서 직접적인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이 국내 금융.실물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비해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재경부 고위관계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국내 채권 규모는 미미하지만 국제시장에서 이 파문이 크게 확산되고 있어서 당분간 주시해야 한다"면서 "필요한 조치가 있다면 즉시 취할 것이고 미리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금융감독당국은 국제금융시장 모니터링 인력을 평소보다 크게 늘리고 시나리오별 파급효과를 추정해 상황에 따른 대응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한은도 10일"금융시장을 예의주시하면서 콜금리가 급변동할 경우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등 공개시장조작 등을 통해 신속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다만 이미 미국 등 각국 중앙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서 유동성 공급 확대에 나선 만큼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한 신용경색 사태가 악화될 가능성은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우선은 금융시장의 심리적 동요 차단에 주력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신용경색 사태는 심리적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는 것이 미국은 물론 국제 금융시장의 판단"이라며 "각국 정부에서 이미 이를 진정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만큼 당장의 영향은 있겠지만 사태가 악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 외평채 가산금리 한달만에 30bp 가까이 확대 = 정부가 긴급 점검 및 대응책 마련에 나섰지만 국내 금융시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신용경색 사태의 직접적 영향권 안에 놓이면서 요동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0일 국내증시는 코스피가 전일 대비 80.19포인트(4.20%) 급락한 1,828.49로 마감, 나흘 만에 급락세로 돌아섰고 코스닥지수 역시 전날보다 24.28포인트(2.99%) 떨어진 788.41로 거래를 마쳤다.

국내기업들의 자금조달 여건도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재정경제부와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2025년물의 가산금리는 지난달 9일 88bp에서 31일에는 125bp까지 확대됐다가 이달 9일 현재 104bp로 집계됐다.

외평채 2014년물과 2016년물의 가산금리도 9일 현재 각각 85bp와 95bp로 벌어져 한달 전에 비해 각각 24bp와 27bp 상승했다.

외평채 가산금리가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것은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신용경색 우려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나타나 한국물 등신흥국 채권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가 최근 대규모 해외채권 발행 계획을 연기하는 등 국내기업들의 해외 자금조달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반면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로 달러화와 엔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원-달러, 원-엔 환율은 상승, 올해 들어 계속된 원화 강세 현상이 진정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11일 919.2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한 신용경색우려가 확대되면서 7월27일 921.7원, 8월1일 925.2원에 이어 10일에는 전날보다 9원 급등한 931.90원으로 거래를 마치면서 930원대를 회복했다.

아울러 엔캐리트레이드 청산의 여파로 10일 원.엔 환율도 4월3일 792.60원 이후넉달 만에 100엔당 790원대로 상승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서브프라임 사태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미국 달러화와 엔화에 대한 수요가 급증, 달러화.엔화 강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환율 측면에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그동안의 원화 강세가 해소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 전세계 금융시장도 요동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로 불거진 국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유럽증시가 급락세를 이어가는 등 불안정한 모습도 계속되고 있다.

프랑스 최대은행인 BNP파리바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손실에 대한 우려로 자산유동화증권(ABS)에 투자한 3개 펀드의 환매와 가치산정을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하자 유럽증시는 9일에 이어 10일(현지시간)에도 급락했다.

10일 영국 런던증시의 FTSE 100지수는 전날보다 3.71%, 독일 프랑크푸르트증시의 DAX지수는 전날보다 1.48% 각각 떨어졌고 프랑스 파리증시의 CAC 40지수도 전날보다 3.13% 하락했다.

다만 9일 주요지수가 2% 이상 급락했던 뉴욕증시는 10일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신용경색 확산의 차단을 위해 이날 3차례에 걸쳐 380억달러를 시장에 긴급 투입하면서 급락세가 진정되며 혼조세로 마감했다.

이날 뉴욕증시는 하락세로 출발해 오전 한때 다우지수가 200포인트 넘게 떨어지는 등 급락하다가 FRB의 자금 투입이 이어지면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는 소폭 하락,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소폭 상승한 채 거래를 마감했다.

디지털뉴스팀 · 연합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