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백화점’ 해외서 통할까…롯데, 中-러 전초기지로

  • 입력 2007년 8월 1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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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한국형 백화점이 세계 시장에서도 통할까.

롯데그룹이 국내 백화점업계 최초로 다음 달 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 백화점을 연다고 최근 발표한 뒤 유통업계가 성공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롯데는 내년에는 중국 베이징(北京)에도 백화점을 세울 예정이다.

○ 업계 “성공 가능성 높아”

백화점은 이미지와 문화적 코드가 중요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도 해외 진출 사례가 별로 없다. 유럽과 미국은 본격적인 의미에서의 해외 진출은 없고 1990년대 전후로 중국에 진출했던 일본 백화점들도 10년 이상 고전하다 최근에서야 중국 특수를 맛보고 있다.

하지만 롯데 측은 한국형 백화점 모델이 중국과 러시아에서는 통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일본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가져온 국내 백화점은 지하 식품매장, 지상 패션매장으로 구성해 입점 브랜드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이업태(異業態) 공존전략을 추구한다.

반면 미국과 유럽 백화점은 제품을 직접 매입해 판매하고 보통 패션 매장만 운영한다. 롯데 측은 중국이나 러시아의 소비자가 유럽식보다는 한국형 백화점을 선호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성장이나 오일 특수로 현지에 부유층이 급속도로 늘고 있는 점도 작용했다.

롯데 외부에서도 러시아와 중국을 전초기지로 삼은 것은 적절한 판단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경쟁업체의 한 관계자는 “백화점은 결국 ‘자리’ 싸움”이라며 “롯데가 그동안 입지 선정에서 실패한 적이 없었다”며 입지 선정 노하우로 해외 진출에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 국내시장은 성장에 한계

롯데의 이번 해외 진출은 국내 백화점시장의 성장 한계가 뚜렷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측면도 있다.

국내 백화점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롯데가 차지하고 있지만 24개 점포 중 이익을 내는 점포는 서울 명동본점과 잠실점, 부산점 등 3, 4개에 불과하다. 또 이마트를 앞세운 신세계가 국내에서 유통 1위 자리를 끊임없이 위협하고, 이마트가 중국에도 먼저 진출해 사세를 확장하고 있는 점도 롯데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롯데는 이번 해외 진출에서도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특유의 성향을 보였다. 러시아 백화점의 매장 면적은 2만3100여 m² 규모로 롯데백화점 명동본점이 4만6200여 m²인 점을 감안할 때 그리 크지 않다.

롯데백화점 해외사업부문 이일민 이사는 “할인점은 이미 세계적으로 포화상태지만 백화점은 상대적으로 블루오션 시장”이라며 “러시아에서 성공한 뒤 중국, 인도, 베트남으로 뻗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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