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투수서 타자변신… 릭 앵키엘의 ‘인간 승리’

  • 입력 2007년 8월 1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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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투수’ 릭 앵키엘(28·세인트루이스)이 2년 만에 타자로 복귀한 첫 경기에서 부활포를 날렸다.

앵키엘은 10일 샌디에이고와의 홈경기에 우익수로 선발 출장해 2-0으로 앞선 7회 구원투수 더그 브로카일을 상대로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3점포를 날려 팀의 5-0 승리를 이끌었다.

2000년 포스트시즌에 시작된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스트라이크를 못 던지는 마음의 병으로 투수의 이름을 딴 병명), 2003년 마약 복용으로 1년간 자격 정지, 2004년 팔꿈치 수술, 그리고 타자 전향으로 이어진 지긋지긋한 악몽을 단번에 날려 버리는 감동의 한 방이었다.

앵키엘은 사상 최고의 왼손 기대주라는 평가를 받으며 18세 때인 1997년 세인트루이스에 입단했다. 2000년에는 11승 7패 평균자책 3.50에 탈삼진을 194개나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신인왕에 등극했다.

하지만 그해 포스트시즌이 문제였다. 앵키엘은 애틀랜타와의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 2와 3분의 2이닝 동안 볼넷 6개를 내주고 폭투를 5개 내는 등 포스트시즌 3경기에서 평균자책 15.75로 참혹하게 무너졌다.

한번 잃어버린 자신감은 회복되지 않았다. 2001년 1승 2패, 2004년 1승을 기록하며 비틀대던 앵키엘은 그해 팔꿈치 인대 수술을 받고 투수 사망 선고까지 받았다.

하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2005년 타자로 전향해 마이너리그에 다시 섰다. 올 시즌에는 트리플A에서 102경기에 나와 홈런 32개를 기록하며 재기를 예약했다.

기회를 노리던 앵키엘은 결국 이날 메이저리그 복귀전에서 홈런포로 자신의 건재를 알렸다. 부시스타디움을 찾은 4만3000여 관중은 기립 박수로 야구 천재의 재기를 축하했다. 앵키엘은 경기 후 “말로는 이 기분을 설명하지 못하겠다”며 감격스러워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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